정부는 28일 러시아에 대한 전략물자 수출을 차단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독자적 수출통제 품목으로 정한 비전략물자에 대해서도 조속히 방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국제사회의 대러시아 제재에 미온적으로 대응하다가 미국의 수출통제 조치로 우리 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부랴부랴 대응책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부는 이날 “우리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 침공을 규탄하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경제 제재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적극 동참해 가기로 한 바 있다”며 대러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우선 수출통제 허가 심사를 강화해 대러 전략물자 수출을 차단한다. 이른바 ‘4대 국제수출통제체제’에서 정한 전략물자 품목의 러시아 수출을 사실상 불승인하는 방식으로 수출 심사 제도를 운영할 것으로 전해졌다.
4대 다자 수출통제체제는 핵물질과 관련한 원자력공급국그룹(NSG), 재래식무기 관련 바세나르체제, 생화학무기 관련 호주그룹(AG), 미사일기술 관련 미사일기술통제체제를 가리킨다.
미국이 독자적 수출통제 품목으로 정한 비전략물자에 대해선 관계 부처들이 조치 가능한 사항을 검토해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미국은 반도체·정보통신·센서·레이저·해양·항공우주 등 57개 품목을 수출통제 대상으로 정했다.
미국은 이들 품목에 대해 해외직접제품규칙(FDPR)을 적용했다. 제3국에서 생산된 제품이라도 미국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면 미국의 허가를 받아야 러시아 수출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FDPR 적용 예외를 확보하려면 미국과 같은 수준의 수출통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선제적으로 대러 수출통제를 밝힌 유럽연합(EU)과 일본 호주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는 미국의 새 조치에서 면제됐지만,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던 우리나라는 면제받지 못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은 해당 57개 품목을 러시아에 수출하려면 미 상무부의 허가를 일일이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만큼 기업의 부담이 커진 셈이다. 외교부는 수출통제 관련 결정사항을 미국 측에 외교 채널로 통보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배제하는 방안에도 동참키로 했다. 스위프트는 전 세계 금융기관이 안전하게 결제 주문을 주고받기 위해 쓰는 전산망으로 여기서 퇴출되면 러시아는 수출대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
아울러 정부는 국제 에너지 시장 안정화를 위해 전략 비축유를 추가 방출하고, 액화천연가스(LNG) 유럽 재판매 등도 검토할 계획이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