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가 심해 제주로 왔는데 제주에서 더 심해지는 경우가 있다. 아토피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삼나무 꽃가루가 제주에 많아서인데 제주도가 벌기령에 달한 삼나무림에 대해 자원화 방안을 찾기로 했다.
도는 최근 ‘제주 삼나무림 등 분포현황 조사 및 자원화 계획 수립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기간은 오는 11월말까지다. 도내 삼나무림 분포 현황과 삼나무에 대한 가치 평가, 삼나무를 활용한 임산업의 발전 가능성 및 방안 등을 진단한다.
제주에서는 쑥쑥 잘 자란다고 해서 삼나무를 ‘쑥대낭’이라고 부른다. 감귤밭 등 과수원에 바람을 막는 방풍림으로 흔히 볼 수 있다. 1920년대 일제가 들여온 수종이다. 생장이 빨라 1970~1980년대 대표적인 인공 조림 수종으로 이용됐다.
최근에는 삼나무 가치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고 있다. 삼나무 꽃가루가 아토피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가 2010~2015년까지 아토피피부염 진단을 받은 환자 621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소아 아토피 유병률은 제주지역(7.27%)이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제주의 삼나무 꽃가루가 특히 소아에 영향을 더 크게 미치는 항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대학교 환경보건센터 조사에서도 제주에 2.5년 이상 거주한 성인이 새로 유입한 인구에 비해 삼나무 꽃가루 알레르기 항원에 반응하는 감작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목재의 품질이 낮고 토양을 산성화한다는 지적도 있다.
곧게 뻗어 자라는 특성 상 밀식이 가능하기 때문에 다른 식물의 생장을 막아 생태 다양성을 저해한다는 문제도 있다.
현재 제주에는 4340㏊의 삼나무림이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국유림이 2051㏊이며 나머지는 대부분 사유림이다.
도는 현황 조사를 통해 시험림과 휴양림 등 보존이 필요한 곳은 보존하고 벌기령이 도래한 삼나무림 중 가치가 떨어지는 곳은 벌채해 제주에 맞는 수종으로 교체해나갈 계획이다. 벌채 목재의 자원화 방안도 찾아나갈 방침이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