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최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외교력을 비판적 시각으로 다룬 언론 보도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한 것에 대해 “이런 시각도 있구나 하는 차원에서 (기사를) 올린 것이고, 제 의견은 없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28일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만나 “(기사 공유는) 아무 뜻이 없다”며 “더 이상 제 의견을 말하는 게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이 같이 말했다.
박 장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 24일 자신의 트위터에 ‘러 침공 예측 못하고 키운 아마추어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해 논란에 휩싸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문제와 러시아 침공 가능성을 예측하는 과정 등에서 위기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외신 보도를 묶은 국내 한 언론의 보도였다.
그러나 러시아에 맞서 항전 의지를 보여준 젤렌스키 대통령을 무분별하게 비판했다는 논란이 커졌고, 지난 26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박 장관 등을 경질해 달라는 글까지 올라왔다.
청원인은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조롱하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홍현익 국립외교원장을 즉각 경질해달라’는 글을 올리고 “전세계의 민주주의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의 입장을 지지하고 침략국인 러시아를 규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여당 및 정부인사의 언행은 국제사회로 하여금 대통령과 정부의 입장 표명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게 할 것이며, 향후 외교 노선에 대해서도 우려를 사기에 충분하다”고 우려했다.
박 장관은 이날 러시아 침공으로 귀국이 어려운 한국 거주 우크라이나인들에 대해 “인도적 차원의 체류 연장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 체류하는 우크라이나인이 3800명 정도 되는데, 그 중에는 체류 기간이 만료돼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분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박 장관의 발언 직후 우크라이나 현지 정세가 안정화될 때까지 인도적 특별체류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1월 말 기준 국내 체류 우크라이나인 3843명을 대상으로 우크라이나 정세가 안정된 후 출국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다는 방침이다.
법무부는 지난해 3월 미얀마 군부 쿠데타 발생 당시 체류 기간 연장이 어려운 미얀마인의 국내 체류를 임시 허용한 바 있다. 당시 체류 기간이 지난 이들에 대해서도 정세가 완화된 후 자진 출국하도록 조치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