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잇단 대형참사에 사후약방문…부실공사 막는데 한계

입력 2022-02-28 11:44 수정 2022-02-28 14:02

광주시가 잇단 붕괴 참사 이후 부실공사와의 전쟁을 선포했으나 ‘사후약방문’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올해를 건설·건축 현장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광주 건설의 안전 원년’으로 삼고 시장 직속 ‘부실공사 척결단’ 설치를 뼈대로 한 대책을 제시했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광주시는 “지난달 11일 발생한 화정아이파크 신축아파트 붕괴사고를 반면교사로 삼아 행정역량을 집중해 부실공사 추방에 나선다”고 28일 밝혔다. 2022년을 광주 건설의 안전 원년으로 선포한 시는 부실공사 예방에 관한 제도·정책을 총괄하고 현장 점검을 주도할 ‘부실공사 척결 추진단’도 시장 직속으로 설치한다.

안전관리실장이 단장을 맡는 추진단을 콘트롤타워로 활용해 1억원 이상 건설공사에 대한 전담 감리관리제를 시행하고 여러 부서에 분산됐던 건축물 안전관리 업무·권한의 일관성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대형 참사 때마다 주요 원인으로 꼽힌 무단 설계변경 등을 막기 위해 전담 감리관리제를 도입하는 등 감리체계도 손질한다. 시는 그동안 건축주가 지정해온 감리자를 허가 관청이 선정하도록 바꾸는 제도 개선방안을 정부에 건의했다. 감리자에게 부여된 공사중지 요청 권한을 활성화하려는 사전조치다.

현행 법률은 다중이용건축물(바닥면적 합계 5000㎡ 이상)과 준다중이용건축물(바닥면적 합계 1000㎡ 이상)의 경우 건축주가 감리자를 지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는 또 부실공사 신고센터를 별도 설치해 중요한 신고·제보 사항은 기동점검반이 직접 현장을 확인해 강력한 의법조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부실 감리를 차단하기 위한 부실공사 척결 추진단 주도의 전담 감리관리제는 건설현장의 현실을 외면한 ‘옥상옥’에 불과하다는 우려가 벌써 제기된다. 공사현장 감리자를 감독하는 공무원을 부실공사 척결 추진단 소속 감리관리관이 다시 관리하는 게 어불성설이라는 얘기다.

공직사회에서도 “시·자치구 현재 인력으로 감리 전담관리제를 당장 도입하기는 무리가 많다”며 “감리관리제는 효율성이 떨어지는 ‘그림의 떡’이 될 것”이라는 여론이다.

1억원 이상 건설현장 500여 곳의 현장 점검을 3~4월 2개월 동안 실시하겠다는 현장조사단 운영도 졸속으로 추진될 공산이 크다. 현장조사단이 10여명에 불과해 광주 도심 곳곳에서 신축 중인 건축물 안전진단을 짧은 기간 제대로 하기에는 벅차다는 지적이다.

부실공사 신고센터도 효과가 의문시되고 있다. 시는 부실시공·안전관리 위반·부당 작업지시 등을 신고 또는 제보받아 등록취소, 영업정지, 공사 중지, 벌점 부과 등 강력한 제재를 하기로 했으나 수년째 반복해온 전시행정이라는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

시는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 참사 이후 철저한 사고원인 조사와 함께 법적·행정적 책임을 엄정하게 묻겠다고 약속했으나 7개월 만인 지난달 11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가 다시 발생해 체면을 구긴 상황이다.

건설업계의 대표적 대기업 중 한곳인 HDC 현대산업개발 역시 학동 붕괴 참사 직후 안전관리와 재발 방지 대책을 수차례 발표했지만 불과 217일 만에 또다시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비슷한 붕괴사고를 내 불신의 아이콘이 됐다.

지난해 6월 9일 광주 학동 재개발 구역에서는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도로쪽으로 무너지면서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어 지난달 11일 화정아이파크 신축 아파트 고층부 16개층 바닥·외벽이 부실공사로 붕괴돼 근로자 6명이 숨졌다.

광주 건설업계 관계자는 “철거건물에 이어 신축 아파트까지 잇따라 붕괴돼 후진국형 참사가 빈발하는 엉터리 도시가 됐다”며 “그동안 지자체 반성이나 재발방지 대책은 헛구호에 불과했고 잘못된 건설현장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재발방지 대책도 매번 소잃고 외양간도 고치지 못하는 수준에 그쳤다”고 말했다.

한 자치구 건축직 공무원은 “시장 직속 부실공사 척결단 등의 출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을 도외시한 무리한 정책이 아닌가 싶다”며 “인명피해가 뒤따르는 안전사고와 부실시공 예방은 사회구성원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