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취약 ‘투석 환자’…“별도 관리 체계 필요”

입력 2022-02-28 11:14
국민일보DB

만성 콩팥병에 따른 말기 신부전으로 혈액 투석을 받는 사람이 코로나19에 걸리면 일반 확진자보다 사망할 확률이 75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혈액투석 환자의 피해를 줄이려면 신속한 격리 투석 및 전원 시스템이 최우선이다.

코로나19 투석 전담 의료기관에 대한 전국적인 네트워크 구축 및 전문 인력 확보, 투석실 연계를 위한 정보 공유 및 별도의 핫라인 마련, 지역 간 원활한 환자 이동 등 별도의 관리 체계가 절실히 필요하다.

대한신장학회는 2020년 2월~2021년 11월 코로나19에 확진된 국내 혈액투석 환자들의 예후를 조사한 결과 사망률이 일반인 확진자에 비해 75배에 달했다고 28일 밝혔다.

학회 내 코로나19대응팀(위원장 이영기, 한림의대 신장내과)이 총 206개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코로나 감염 투석 환자를 분석했더니 모두 380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으며 이중 85명(22.4%)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 코로나 감염자의 사망률(0.3%)에 보다 75배 높은 수치다.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경우의 사망률은 64.7%나 됐다.

코로나19 감염으로 사망한 혈액투석 환자의 평균 연령은 66세로 고령 환자가 많았으며 환자의 약 3분의 2에서 발열(49.5%)과 기침(25.7%)을 동반됐다.
특히 요양병원 입원 환자들이 사망 위험이 높았고 중환자실 입원이나 인공호흡기 치료도 더 많았다. 이런 결과는 투석 환자들이 당뇨병, 심혈관질환 등 동반 질환이 많고 노인 환자의 비율이 높으며 면역력이 저하돼 있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와 비교하면 미국과 유럽 등에서도 코로나19 감염 투석 환자들의 사망률은 약 30% 정도로 보고되고 있다.

최근 오미크론 변이 유행으로 코로나19 확진자들이 급증하면서 투석 환자들의 코로나19 감염도 크게 늘고 있다.
혈액투석 환자들은 주 3회 투석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일반인과 같이 완전한 재택 치료나 생활치료센터 입소가 불가능하다. 과거에는 투석 거점병원 등에 입원해 치료받았으나, 최근에는 외래 투석센터에서 격리 투석을 받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특히 입원하지 않고 외래 투석을 받는 경우에는 환자 상태를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한 경우 신속히 입원을 결정해야 하며 환자 이동 및 동선 관리, 환경 소독 등 관리해야 할 사항이 더 많아지고 철저한 관리를 필요로 한다.

대한신장학회 양철우 이사장(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교수)은 “혈액투석 환자의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사망률을 줄이기 위해서는 신속한 격리 투석 및 전원 시스템이 최우선이다. 최근 오미크론 변이 유행으로 일반인 뿐 아니라 투석 환자들의 감염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그 숫자도 급속도로 늘고 있는데 비해 이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다”면서 “코로나19 투석 전담 의료기관에 대한 전국적 네트워크 구축 및 전문 인력 확보, 투석실 연계를 위한 정보 공유 및 별도 핫라인 마련, 지역 간 원활한 환자 이동 등 별도의 관리 체계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대한신장학회 공식 학술지(KRCP)에 실릴 예정이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