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나흘째로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이어 전선에 뛰어든 키예프 시장이 과거 전설의 복싱 챔피언이었다는 사실이 28일 재조명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비탈리 클리츠코 시장은 26일 트위터에 연설 영상을 올려 “바로 오늘만 해도 민간인들이 로켓포에 맞아 사망했고, 특수작전으로 인해 시민들이 죽어가고 있으며 이런 일들이 유럽의 심장부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제 기다릴 시간이 없다. 자칫 인도적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기 때문”이라며 “러시아의 침략을 막기 위해서는 지금 행동해야 한다, 당신이 할 수 있는 건 뭐든지 해야 한다. 한 시간 후나 내일은 너무 늦을 것이다. 바로 지금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클리츠코 시장은 마지막까지 “지금 행동하라(Do Act Now)”고 반복해 지원을 호소했다. 그는 영상과 함께 ‘우크라이나와 함께’ ‘함께 지키자’ ‘민주주의를 위한 데모’ ‘전쟁을 멈춰라’ 등의 해시태그를 달았다.
2014년에 당선된 클리츠코 시장은 2020년 재선에 성공했다. 그는 2000년대를 대표하는 우크라이나 전설의 헤비급 복싱 챔피언 출신으로, 1999년 세계복싱기구(WBO) 헤비급 챔피언에 등극했다. 2004년에는 세계복싱평의회(WBC) 헤비급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한 차례 은퇴 이후 2008년에 WBC 헤비급 타이틀을 탈환했다. 통산 45승(41KO) 2패의 전적을 자랑한다.
그의 동생 블라디미르 클리츠코도 최고의 복서 중 한 명이었다. 블라디미르는 4대 기구(WBC, WBO, IBF, IBO) 헤비급 챔피언을 지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블라디미르도 SNS를 통해 “우크라이나 국민은 강하다. 이 끔찍한 시련 속에서도 우크라이나는 주권과 평화를 되찾을 것”이라며 예비군 참여를 독려한 바 있다.
클리츠코 시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됐을 때부터 동생 블라디미르와 함께 키예프 사수에 앞장서고 있다. 그가 직접 군복을 입은 채 기관총을 들고 전선을 지키는 사진도 화제가 됐다. 그는 “조국을 지키기 위해 무기를 들고 싸우겠다”며 “나는 내 조국 우크라이나와 우크라이나 국민을 믿는다”고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