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27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이미 시한이 종료됐다고 분명히 선언했다”며 일축했다.
안 후보는 이날 전남 여수 이순신광장에서 유세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안 후보는 물밑협상 과정에 대해서도 윤 후보와 상반된 주장을 내놨다.
안 후보는 “도대체 (윤 후보 측이) 어떤 말을 저희한테 할 것인지에 대해 이태규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이 나가서 듣기로 한 것”이라며 “그 말을 듣고 논의한 끝에 결론 내자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윤 후보가 기자회견에서 이 본부장을 ‘전권 대리인’으로 언급한 데 대해선 “그런 개념은 저희에게 없었다”고 주장했다.
안 후보는 또 “협상 테이블에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올렸는데, 없었다고 하는 것은 협상 상대자로서 도리가 아니다”며 “국민경선에 대한 (윤 후보 측의) 어떠한 의견이나 입장 표명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가 “협상 과정에서 여론조사 이야기는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말한 것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안 후보는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자신에게 문자·전화 폭탄을 보내고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안 후보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기자들에게 내보이며 “문자가 3만개가 넘는데 제가 이 전화로 (윤 후보와) 무슨 통화나 어떤 시도를 할 수 있겠느냐”며 “이런 짓을 하는 게 협상 파트너로서의 태도인가”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은 윤 후보가 그간의 물밑 협상 내용을 공개한 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은 윤 후보의 긴급 기자회견 뒤 입장문을 내고 “오늘 회견으로 자신들의 책임회피를 위해서는 어떤 짓도 할 수 있는 신뢰하기 어려운 세력이라는 점을 거듭 확인시켜줬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 본부장은 당초 윤 후보가 발표하기로 했던 기자회견 내용은 “윤 후보가 자신의 불찰을 인정하고 안 후보에게 정중하게 사과 의사를 표명하고 단일화 의지를 밝히며 회답을 기다리겠다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비공개 협의 사실에 대해 철저하게 보안을 부탁한 것은 윤 후보 측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야권 단일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는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안 후보가 막판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강공책을 구사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신재현 국민의당 선대위 상임고문은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압도적인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야권 단일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면서 “지금이라도 두 후보가 만나 이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단일화 불발로 정권교체에 실패할 경우 두 후보 모두 정치적인 책임을 면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후보를 돕고 있는 인명진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윤 후보가 안 후보에게 다시 공을 넘긴 것”이라며 “정권교체 여론이 아직도 높은 만큼 안 후보가 지금이라도 윤 후보를 만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손재호 강보현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