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에게 민주당 선대위 공동 국가비전위원장을 맡아줄 것을 제안한 것으로 27일 알려졌다.
중도 보수 인사인 김 전 위원장을 영입해 정치적 외연을 확장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또 이 후보가 정치개혁 방안으로 내세운 국민 내각·통합 정부 실현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도 볼 수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 후보는 최근 김 전 위원장에게 선대위에 합류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 후보 측이 제안한 자리는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이 겸임하고 있는 ‘국가비전과 통합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는 지난 6일 김 전 위원장과의 비공개 회동에서 정치개혁을 주제로 의견을 교환했었다. 회동 직후 이 후보는 중도·보수 원로 인사들과의 만남을 연쇄적으로 가졌고, 14일 서울 명동에서 국민통합 선언을 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 후보가 신설하겠다고 한 국민통합추진위원회를 김 전 위원장이 이끌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민주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이 후보의 제안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이 후보는 사전투표 전 마지막 주말인 27일 부산·경남(PK) 지역을 집중 공략하며 취약지에서의 막판 반전을 시도했다.
이 후보는 이날 경남 창원시 상남분수광장 유세에서 “앞으로 새롭게 생길 대통합 정부가 확실하게 국민 내각과 통합 정부를 만들어 국민을 위해 정치가 복무하는 새로운 정치, 진정한 정치교체를 확실히 해내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선거 때가 되면 서로 합치고 누구를 눌러서 포기시키지 말고 국민 투표에서 과반을 못 넘기면 둘(1, 2위 후보)이 한번 더 해서 자연스럽게 합종연횡하고 연합정부 만들 수 있는 결선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담판에 의한 야권 후보 단일화를 주장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겨냥한 발언이다.
이 후보는 정치개혁 의지도 거듭 피력했다. 그는 “국민이 왜 두 정치 집단 중 하나만 골라야 하느냐”면서 “제3의 선택이 가능한 다당제 선거제도 개혁으로 정치교체를 확실히 해내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향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남은 기간 동안 안 후보에게 야권 단일화에 대한 미련이 남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이 후보는 이날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면서 “강력한 국방력을 갖추고 경제력을 키우고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으고 지도자가 명확한 상황 판단을 하고 합당한 대책을 만들어 강력히 대처하면 된다”고 말했다. 안보 불안이 대선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발언이다.
윤 후보와 국민의힘을 향한 공세의 고삐도 늦추지 않았다. 이 후보는 부산진구 쥬디스태화 앞 유세에서 “(국민의힘 세력이) 부산 엘시티를 허가해주고 부산공사가 갖고 있던 땅을 원가에 팔아 1조원을 공짜로 먹지 않았느냐”며 “이런 후안무치하고 적반하장을 일삼는 마인드로 국가 권력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 후보는 28일에는 대구·경북(TK) 지역을 방문할 예정이다. 취약지를 다진 후 최대 경합지역인 서울과 수도권에 마지막 공력을 쏟아붓겠다는 전략이다.
창원·부산=정현수 기자, 안규영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