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측은 단일화 결렬 과정을 설명하면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측과 나눈 문자메시지 내용까지 전격적으로 공개했다.
단일화 결렬 책임이 윤 후보 측에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다. 야권 단일화가 최종적으로 무산됐을 경우 터져 나올 수 있는 책임론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다.
윤 후보 측은 27일 윤 후보의 기자회견 직후 5쪽 분량의 단일화 협상 경과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해당 자료에는 최진석 국민의당 선대위원장이 7일 윤 후보에게 직접 전화한 것을 시작으로, 이날 결렬 통보를 받은 시점까지 물밑 협상 과정이 담겼다.
윤 후보가 24일과 25일 두 차례 안 후보에게 회동을 제안한 문자메시지 내용도 첨부됐다. 국민의힘 수도권 의원은 “윤 후보는 답답함과 분노, 억울함이 겹쳐 자신의 문자메시지 공개에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 후보가 안 후보에게 직접 문자메시지를 보낸 날은 지난 24일이다. 안 후보가 지난 20일 단일화 결렬을 선언한 나흘 뒤였다. 윤 후보는 첫 문자메시지에서 “직접 뵙고 정권교체를 위해 흉금을 털어놓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정중하게 제안했다.
윤 후보는 안 후보의 답변이 없자, 정치 분야 토론회가 있었던 25일 한차례 더 문자를 보냈다. 내용은 “저의 진정성을 믿어주시길 바란다”며 “TV토론을 마치고 편한 장소에서 만나 뵐 수 있기를 바란다”는 것이었다.
윤 후보로부터 전권을 받아 국민의당 측과 협상을 진행해 온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협상을 해오면서 충분히 이견을 좁혀왔다”며 “후보 간 회동을 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면 추가 협상을 통해 풀면 되는데, 이유 없이 결렬 통보를 받은 상황”이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국민의힘 측 설명을 종합해보면, 7일 최진석 국민의당 상임선대위원장이 윤 후보에게“안 후보와의 교감 후 연락을 한다”며 단일화 논의가 시작됐다.
장제원 의원과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은 11일 비공개 회동을 통해 ‘정치교체·정권교체·시대교체를 위한 공동선언문’을 작성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안 후보는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여론조사 방식을 통한 단일화를 공개 제안했다. 안 후보 측은 이러한 기자회견이 있을 것이라는 윤 후보 측에 하루 전인 12일에 알렸다.
윤 후보는 “장 의원이 이 본부장으로부터 ‘여론조사 단일화 방식으로 제안을 할 텐데, 그것은 협상의 시작이지 끝이 아니다. 그러니까 얼마든지 우리가 협상을 할 수 있다’고 듣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후 윤 후보가 16일 국민의당 선거 유세차량 사고 사망자의 빈소를 찾으며 단일화 논의가 재개됐다. 이틀 후인 18일 장 의원과 이 본부장은 두 번째 비공개 회동을 통해 협상 실무진 구성, 후보 회동 추진 등에 합의했다.
그러나 다음날인 19일 이 본부장은 장 의원에게 “안 후보의 갑작스러운 심경변화가 발생했다”며 부정적 기류를 전했다고 한다. 20일 안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고 단일화 제안 철회를 선언했다.
소강상태에 있었던 단일화 협상은 윤 후보의 문자메시지 이후 다시 급물살을 탔다. 26일 두 후보로부터 전권을 부여받은 장 의원과 이 본부장은 세 번째 비공개 회동에서 단일화에 관한 최종안 합의를 도출했다. 국민의힘 주장에 따르면 최종안은 양 후보에게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장 의원은 “두 후보가 회동을 하면 2시간 만에 합의문을 쓸 수 있을 정도로 협의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장 의원은 “과학강국, 과학실용의 새 시대, 디지털 플랫폼 정부, 부패 척결, 공정한 나라, 변화와 혁신의 길, 과거가 아닌 미래로 가는 길, 분열과 통합의 길 등 합의문에 담길 키워드까지도 조율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다 26일 오후 9시 이 본부장이 장 의원에게 “그간 안 후보가 완주 의사를 표명해왔기 때문에 완주를 철회할 명분을 추가적으로 제공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이를 보고 받은 윤 후보는 안 후보 자택을 찾아가 회동을 제안하는 모양새를 갖추려했지만, 안 후보가 유세지인 전남 목포로 향하면서 불발됐다.
전권 대리인인 장 의원과 이 본부장은 27일 새벽 네 번째 비공개 회동을 갖고 윤 후보가 안 후보에게 기자회견 형식으로 회동을 제안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끝내 결렬 통보를 받은 윤 후보가 최후의 매듭을 풀기 위해 이날 기자회견에 나섰다는 게 국민의힘 측 설명이다.
이가현 구승은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