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지주회사(홀딩스)와 미래기술연구원을 경북 포항으로 옮기기로 했다. 이로써 포스코와 포항시 사이에 한 달가량 이어졌던 갈등도 일단락되는 모습이다. 그간 포스코는 ‘지주사를 서울에 두더라도 포항에 대한 투자는 계속 할 것’이라고 강변해왔지만, 결국 지역사회와 정치권의 압박에 두 손을 든 것으로 보인다.
27일 포스코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지난 25일 포스코는 오는 3월 2일 출범하는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의 소재지를 내년 3월까지 포항으로 옮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이차전지소재, 수소 및 저탄소에너지 분야 등을 연구하는 미래기술연구원은 포항에 본원을 설치하되 서울과 포항에 이원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포스코는 “지난 1월 28일 임시주주총회에서 포스코 지주회사 설립이 의결된 이후 포항 지역사회에서는 포스코가 포항을 떠날 것이라는 오해가 지속돼왔다”며 “포스코와 포항시는 상황이 극단으로 치닫는 것을 막고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사태를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3가지 내용으로 전격 합의했다”고 밝혔다.
합의사항은 2023년 3월까지 포스코홀딩스의 소재지를 포항으로 이전할 것, 미래기술연구원은 포항에 본원을 설치하며 포항 중심의 운영체계를 구축할 것, 포항시와의 지역상생협력 및 투자사업은 포항시와 포스코, 포스코홀딩스가 TF를 구성해 상호 협의를 추진할 것의 3가지다. 단 미래기술연구원은 우수한 연구 인력 확보를 위해 서울과 포항 이원체제를 구축한다.
지난달 28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지주사 전환 절차를 밟은 포스코그룹은 지주회사가 서울에 설치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역사회와 정치권으로부터 큰 반발에 맞닥뜨렸다. 포스코홀딩스가 서울에 설치되면 앞으로 포항 지역에 대한 투자 축소와 인력 유출, 세수 감소가 우려된다는 게 이유였다. 이에 포스코는 “기존 서울에서 근무하던 인원 중 약 200여명이 지주회사로 전환되는 것이며, 지주사 출범으로 인한 지역 세수의 감소도 전혀 없다”고 해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포스코지주사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가 꾸려지며 서명운동까지 이뤄졌고 30만명 이상이 서명하기도 했다. 여기에 유력 대선 후보들이 모두 포스코 지주사의 서울 설립을 비판하고 나서면서 결국 포스코가 지주사 이전을 결정하게 됐다.
포스코가 지역사회의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지만 노조 등은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모양새다. 이날 포스코 복수노조 중 하나인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는 입장문을 내고 “포스코와 포항시 합의서만 보면 진짜 지주사 포스코센터는 서울 강남에서 이전하지 않고 껍데기인 법인 명의만 이전하겠다는 것”이라며 “지주사 대표인 최정우 회장은 합의서에 서명하지 않아 법적 효력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