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로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백화점 업계는 불황을 비껴갔다. 백화점 호황의 신호탄이 돼 준 더현대 서울의 흥행 성공은 지난 1년 매출로도 확인된다. 더현대 서울은 개점 1년 만에 매출 8000억원을 돌파하며 국내 백화점 개점 첫해 매출 신기록을 세웠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6일 개점 1주년을 맞은 더현대 서울이 매출 8005억을 기록하며 매출 목표(6300억원)를 30% 가까이 초과달성했다고 27일 밝혔다. 지난 1년 동안 더현대 서울 방문객 수는 약 3000만명에 이른다. 20세 이상 성인(약 4319명) 4명 중 3명이 더현대 서울을 방문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서울의 성공을 ‘MZ 세대 백화점’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더현대 서울의 연령대별 매출을 보면 20~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50.3%에 이른다. 더현대 서울을 제외한 현대백화점 15개 점포의 20~30대 매출 비중(24.8%)보다 배 이상 높다. 매출 절반이 30대 이하에서 나오는 셈이다.
더현대 서울이 ‘핫플레이스’가 된 것도 20~30대 매출 비중을 높이는 데 한 몫을 거들었다. 전체 매출의 54.3%가 더현대 서울에서 10㎞ 이상 떨어진 광역 상권에서 나왔다. 장거리 쇼핑객의 75%는 30대 이하였다.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등 객단가가 높은 주요 명품 매장이 입점하지 않았는데도, 8000억원 이상 매출 실적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젊은층이 열광하는 특색 있는 경험과 개성 넘치는 브랜드 유치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을 곳곳에 배치한 게 주효했다. 더현대 서울을 전체 영업면적(8만9100㎡)의 절반을 실내 조경이나 휴식 공간 등으로 꾸몄다. MZ세대가 열광하는 브랜드를 모아 놓은 편집숍들, MZ세대 전문관, 리셀 전문 매장, 미국과 유럽의 디자이너 브랜드 등을 유치한 것도 집객 효과를 톡톡히 냈다.
이는 인스타그램의 게시물 수로도 확인된다. 인스타그램에서 더현대 서울을 해시태그한 게시물은 25일 기준 31만개를 넘어섰다. 소셜 미디어 언급량은 100만건에 이르렀다. 더현대 서울의 흥행을 통해 오프라인에서의 경험 경험이 온라인에서 유의미하게 소비되는 걸 확인한 유통업계는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 강화도 병행하게 됐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많은 맛집을 대거 유치한 것도 더현대 서울 인기 비결로 꼽힌다. 더현대 서울 지하 1층에 입점한 브랜드 중 판매 1위를 기록한 곳은 홍콩 음식점 ‘호우섬’이다. 호우섬에서 1년간 판매된 만두를 담은 접시(11만7886접시)를 차곡차곡 쌓으면 히말라야 산의 높이(8035m)와 맞먹는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서울이 내년에는 매출 1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3년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면 최단 기간(개점 후 2년 10개월만)에 ‘1조 클럽’에 가입하는 게 된다. MZ세대 소비자를 겨냥한 신규 브랜드 입점이 계속될 예정이고 주변 상권 개발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더현대 서울 반경 5㎞내에 올해에만 6700여 세대가 입주할 예정이다.
김형종 현대백화점 사장은 “더현대 서울은 차별화된 공간 구성과 콘텐츠를 앞세워 온라인 쇼핑에 익숙한 MZ세대를 다시 백화점으로 불러 모았다”며 “올해 매출9200억원을 달성하고, 내년에는 1조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