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EFE 통신 우크라이나 주재 기자인 올가 바스티야크는 27일 자신의 SNS에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 사는 지인이 보내줬다며 그림 한 장을 올렸다.
지인의 딸이 그렸다는 그림엔 아이가 바라본 키예프의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그림 한 쪽엔 평화로운 마을에서 뛰노는 아이가, 다른 한 쪽엔 폭격에 방공호에 숨어있는 아이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바스티야크는 지인이 그림과 함께 보내 준 메모도 공개했는데, 거기엔 “그녀는 겨우 8살이다. 친구들과 게임을 하며 뛰어다니고 학교에 가며 행복해야 한다. 폭격에 대피소에 앉아 있는 게 아니라”라고 쓰여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키예프는 수도를 함락하려는 러시아군과 이를 지키려는 우크라이나군 사이 교전이 사흘 밤낮으로 계속되고 있다. 민간인들이 다수 포함된 우크라이나 방위군은 결사항전을 불사하며 러시아군의 진격을 막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해외에서 귀국한 지원병을 포함해 수천명의 예비군들이 자원군으로 등록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당국이 수도에서 싸울 자원병들에게 1만8000 정의 소총을 배포했다고 밝혔다. 총기를 배급받지 못한 이들은 망치나 칼을 들고서라도 싸우겠단 의지를 보였다고 매체는 전했다.
그럼에도 피해는 컸다.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 TSN 보도를 인용해 러시아 포병이 키예프에 있는 어린이 병원을 공격해 어린이 1명이 숨지고, 어린이 2명과 성인 2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전했다.
민간인 사망자는 200명에 육박했다. 인테르팍스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보건부는 어린이 3명을 포함해 최소 198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1115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를 높여가는 가운데 국경 부근은 인접 국가로 향하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피난 행렬이 이어졌다. 아이들은 국가총동원령으로 함께 하지 못한 아버지를 대신해 처음 본 여성의 손을 잡고 국경을 건너기도 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나탈리야 아브레예바는 우크라이나 국경 지역에서 처음 본 두 아이를 데리고 헝가리로 피신했다. 아브레예바는 국경을 넘기 전 이들의 아버지로부터 부탁을 받았다고 했다.
아이 아빠는 38세 남성으로 국경을 통과할 수 없었다. 우크라이나는 국가총동원령을 내려 18세 이상 60세 미만 모든 우크라이나 남성의 출국을 금지한 상태다.
아브레예바는 “아이 아빠가 나를 믿고 두 아이를 내게 맡겼다”며 “아이들이 국경을 넘을 수 있도록 아이들의 여권을 내게 줬다”고 말했다.
그녀 역시 두 명의 자녀를 둔 엄마였다. 한 명은 경찰, 한 명은 간호사였다. 이들 역시 동원령에 따라 우크라이나를 떠날 수 없었다. 아브레예바는 남성으로부터 아이들 엄마의 휴대전화 번호를 건네받았고, 아이들 아빠는 자녀들과 작별인사를 나눴다.
국경을 넘은 아브레예바는 헝가리 쪽 국경 초소에 마련된 난민 텐트 근처에서 아이들 엄마를 기다렸다. 이후 다행히 아이들 엄마가 곧 초소에 도착했고, 아이들은 무사히 엄마 품에 안길 수 있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