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의 첼시의 구단주인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결국 첼시 운영에서 손을 뗀다. 러시아 재벌인 그는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구단 경영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비판에 시달려왔다.
아브라모비치는 26일(현지시간) 구단 운영 권한을 첼시 산하 공익 재단에 이양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성명에서 “내 일은 구단을 늘 성공적으로 이끌고, 미래를 구상하며 우리의 공동체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라며 “현재 상황에선 해당 재단이 첼시를 가장 잘 관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아브라모비치는 2003년 첼시를 인수한 이후 대대적인 투자를 벌였다. 그의 투자로 첼시는 EPL 우승을 5차례나 거두는 등 명문 구단의 반열에 올라섰다. 첼시는 2020-2021 시즌 유럽 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리기도 했다.
그가 구단 운영권을 내려놓는 데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아브라모비치는 러시아 신흥 재벌을 뜻하는 올리가르히의 대표적인 인사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도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영국 정치권에선 러시아의 침공 이후 아브라모비치가 첼시 구단을 소유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아브라모비치가 푸틴 정권의 부패한 행위와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다.
영국은 이미 러시아 은행 5곳과 푸틴 측근 재벌 3명에게 제재 가했는데, 아브라모비치를 비롯해 러시아 내 인권침해를 주도한 ‘니발니 35’ 명단에 오른 이들에 대한 추가 제재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아브라모비치가 첼시 경영권을 내려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히 제기됐다.
아브라모비치는 이번 결정이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매각 가능성에 대한 언급도 일절 없었다. 미국 스포츠매체 ESPN은 “그가 선수 영입이나 감독 선임 등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해 왔는데 앞으로 일절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첼시 매각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매각 금액은 15억 파운드(약 2조 4200억원)가 거론된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