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속 美군함 대만해협 통과…中 “헛된 도발” 발끈

입력 2022-02-27 11:23
대만 타이베이 모스크바 대표부 앞에서 26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상황에서 미국 군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하자 중국 관영 매체가 “대만에 잘못된 신호를 보냈다”고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중국 전문가들은 미국이 러시아와 대치하는 와중에도 중국에 대한 견제를 늦추지 않고 있다며 미군 도발 가능성에 대한 경계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인민해방군(PLA)은 26일 대만해협을 통과한 미 해군 구축함 랄프 존슨의 전 항로를 추적, 감시하기 위해 병력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PLA 동부전구 사령부는 성명에서 “미국의 도발은 대만 분리주의 세력을 지원하려는 위선적이고 헛된 움직임”이라며 “우리는 이 지역의 주권과 안보, 평화를 지키기 위해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매체는 미국이 유럽과 아시아라는 세계 두 지역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송중핑 군사 전문가는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미국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6함대와 유럽사령부에 의존하고, 7함대와 인도·태평양사령부에 의지해 중국을 감시하고 있다”며 “미군의 도발 가능성에 대한 경계 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특히 미 군함의 대만해협 통과가 미군이 대만을 위해 싸울 준비가 돼 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미군을 파견하지 않겠다고 밝힌 이후 대만에선 중국 침공 시 미군이 대만을 지원할지 의구심이 일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전격적인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일각에선 ‘오늘은 우크라이나, 내일은 대만’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대만의 중국 담당 부처인 대륙위원회 추타이싼 주임위원(장관급)은 지정학적 위치와 미국과의 관계 등 4가지 조건이 우크라이나와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만은 인도·태평양 민주 동맹의 일원이자 제1열도선의 중심점”이라며 “대만이 무너지면 대만해협은 물론 남중국해 정세가 요동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오키나와와 대만, 필리핀, 믈라카 해협을 잇는 제1열도선은 미국이 중국을 봉쇄하기 위해 고안한 개념으로 중국은 이를 대미 방어선으로 여기고 있다. 그는 또 대만은 전 세계 반도체 공급의 거점으로 우크라이나와는 경제적 위상이 다르고 미국의 대만관계법에 따라 방위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고 대만과 단교했다. 대신 국내법으로 대만관계법을 제정해 대만 문제에 개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