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우크라 대통령 폄하’ 논란에 “오해…표현력 부족했다”

입력 2022-02-27 08:14 수정 2022-02-27 10:41
26일 고양시에서 지지호소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와 관련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책임을 돌리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논란과 관련해 “본의와 다르다”면서 “제 표현력이 부족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후보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 토론 발언을 두고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폄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저는 어느 대선 후보보다 먼저 명료하게 러시아 침공을 비판했고 우크라이나 지지 입장을 밝혀 왔다”면서 “어제 TV토론 전문을 보셨다면 제가 해당 발언 직후에 러시아의 침공을 분명하게 비판했고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폄하한 것이 아니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불안한 외교·안보관을 지적한 것임을 누구나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나 제 본의와 다르게 일부라도 우크라이나 국민 여러분께 오해를 드렸다면 제 표현력이 부족했던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다시 한번 자신의 입장을 정리한다면서 “자유와 평화를 사랑하고 자신들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와 전통을 지켜 나가려는 우크라이나 국민과 정부의 입장과 노력을 전폭 지지한다”며 “러시아의 침략 행동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는 대한민국의 주권과 영토보전을 책임질 대통령 후보로서 러시아의 침략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 아울러 러시아가 군대를 즉각 철수할 것을 촉구한다”며 “저는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보전을 위한 국제법의 준수, 평화 회복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우리나라가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후보는 특히 “이번 사태를 보면서 평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됐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적절한 억제력, 동맹과의 공조와 연합이 중요하다는 점도 깊이 되새겼다”면서 “그런 점에서 윤 후보님의 언사는 매우 실망스럽다”고 다시금 윤 후보를 겨냥했다.

이 후보는 “윤 후보님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자신의 선제타격론과 핵무기 공유론을 정당화하고 저와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며 “윤 후보님은 토론에 앞서 본인의 SNS에 ‘우크라이나가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라는 종이 각서 하나를 믿었다’ ‘핵을 포기하는 대신에 신속히 나토에 가입해야 했다’고 하며 불행한 사태를 맞은 우방국 정부를 조롱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비극적인 상황에 처해 있는 나라와 국민에게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가슴을 후벼 파는 이런 냉소적 언사가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의 처사로 합당한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이런 태도가 바로 제가 토론에서 지적한 초보 정치인의 한계인 것”이라고 썼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25일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2차 TV토론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언급하면서 “6개월 된 초보 정치인이 대통령이 돼 나토(NATO)가 가입을 해주려 하지 않는데 가입을 공언하고, 러시아를 자극하는 바람에 충돌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물론 러시아가 주권과 영토를 침범한 행위는 비난받아야 마땅하고 강력히 규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의 이 발언은 정치적 경험이 적은 윤 후보의 외교력 등의 한계를 지적하려는 취지였지만 토론회 이후 전쟁 발발의 책임을 우크라이나에 돌리는 것이냐는 비난 여론이 이어졌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이 후보는 타임머신을 타고 구한말로 가면 일본의 침략 원인을 고종과 조선의 무능이라고 칭하면서 의병으로, 독립군으로 싸우는 우리 조상들을 훈계할 생각이냐”고 꼬집었다. 특히 이 논란은 영미권 최대 커뮤니티인 ‘레딧’으로까지 이어지며 해외 누리꾼들로부터도 질타를 받았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