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4세 청년 40% “난 빈곤하다”…실제 순자산 빈곤율 ↑

입력 2022-02-27 07:35 수정 2022-02-27 11:13

만 19∼34세 청년 10명 중 4명은 자신이 빈곤하다고 스스로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소득 2000만원 미만인 청년도 40%가 넘었다. “한국 청년 빈곤층이 빈곤에서 탈출할 수 없다”고 인식한 이들도 30%에 달했다.

27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청년 빈곤 실태와 자립안전망 체계 구축방안 연구Ⅰ’ 보고서에서 청년기본법상 청년의 법정 연령인 만 19∼34세 4114명을 대상으로 소득 수준과 주거 형태, 자산보유 현황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다.

연소득 2000만원 미만 41.4%…48.6% “불만족”
설문은 지난해 7월 26일부터 8월 13일까지 진행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총 연간소득을 묻는 항목에 응답자의 41.4%가 ‘2000만원 미만’이라고 답했다.

이어 ‘2000만∼4000만원 미만’(32.4%) ‘4000만∼6000만원 미만’(12.1%) 등 순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평균 연소득은 2223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근로 및 사업 소득은 평균 1955만원이었고 부모나 친척 등으로부터 받은 연간 소득은 평균 268만원이었다.

총 연간소득에 대해 응답자의 48.6%가 만족스럽지 않다고 답했으며 만족한다는 응답자는 16.2%에 불과했다. ‘보통’이라는 응답자 비율은 35.1%였다.

다만 미래 소득 상황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자 비율이 47.4%로 ‘그렇지 않다’(20.6%)보다 높게 나타났다.

“나는 빈곤하다” 주관적 인식 42.6%…“탈출 어렵다” 인식도
‘본인의 주관적 빈곤 인식’에 대해 물었을 때 ‘그렇다’는 응답은 42.6%에 달했다. ‘그렇지 않다’(19.2%)의 2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보통’은 38.2%였다.

특히 자신이 빈곤하다고 답변한 응답자의 34.3%는 향후 빈곤 탈출 가능성을 낮게 봤다. 탈출 가능성이 높다는 응답자는 28.5%에 불과했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30.7%가 ‘한국사회 청년 빈곤층의 빈곤 탈출 가능성’에 대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가능하다는 응답자 비율은 25.6%였다.

절반 이상 주식 등 투자…평균 1150만원
자가와 전월세 등을 모두 포함해 자신의 명의로 계약된 집이 있는 청년은 40%에 못 미쳤다. 63.9%는 본인 명의의 주택에 거주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만 19∼24세의 79.4%, 만 25∼29세의 62.9%, 만 30∼34세의 51.7%가 본인 명의 주택에 살지 않고 있었다.

본인 명의 주택이 있다는 응답자를 유형별로 보면 자가(38.9%), 전세(32.8%), 보증금 있는 월세(26.4%) 등 순이었다.

이처럼 본인 명의 주택이 있는 청년의 절반 이상은 부모나 친지 도움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증금 없는 월세를 제외하고 본인 명의 주택을 소유한 응답자의 46.3%는 본인이 거주 주택 비용 전부를 마련했다고 답했다. 그 외엔 ‘본인이 대부분 마련하고 부모님(또는 친지) 등이 일부 도움’(26.5%), ‘부모님(또는 친지) 등이 대부분 마련해주고 본인이 일부 도움’(13.2%), ‘전부 부모님(또는 친지) 등이 마련’(9.7%) 등으로 나타났다.

청년의 상당수는 주식, 채권, 펀드 등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52.9%가 주식이나 채권, 펀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금융재산 중 주식, 채권, 펀드 규모는 평균 1150만원으로 집계됐다.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다는 응답자도 21.7%에 달했다.

주식·암호화폐 등 고위험 상품에 투자한 응답자의 39.6%가 장기적 자금운용을 위해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단기적 수익 실현을 위해’(30.2%), ‘투자 경험을 쌓기 위해’(18.3%)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청년들이 최근 1년간 보유한 고위험 상품의 평균 수익률은 23.6%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의 35.5%가 은행이나 제2금융권 등에 부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부채가 생긴 이유는 ‘주거비 마련’(38.0%), ‘생활비 마련’(26.1%), ‘학자금 마련’(19.8%) 등 순이었다.

실제 청년 빈곤 위험 높아지고 있어…순자산빈곤율 가장 높아
이 같은 응답 결과와 관련해 연구진은 “청년의 어려움이 고용 측면에 그치지 않고 삶의 전 영역으로 확대되면서 청년 빈곤층의 규모가 증가하고 다른 연령대보다 빈곤 위험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청년의 순자산 빈곤율이 다른 연령집단보다 높으며 그 경향도 최근 더 강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순자산 빈곤율은 가구의 총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이 중위값의 50% 미만인 가구의 비율을 말한다.

연구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19∼34세 청년 가구주의 순자산 빈곤율은 51.5%로 전체 가구주의 순자산 빈곤율(31.6%)을 크게 웃돌았으며, 가구주 연령집단 중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특히 전체 가구주의 순자산 비율은 2017년 31.3%에서 2020년 31.6%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반면 청년 가구주의 순자산 빈곤율은 같은 기간 47.6%에서 51.5%로 3.9% 포인트 증가했다.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될 수 있다.

연구진은 이에 대해 “부동산 가격 상승과 자산 대물림으로 인한 청년 집단 내 격차가 커지는 등의 청년 불평등 문제가 악화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