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뛰어넘는 강력한 저항”… 러시아 침공 속도 늦췄다

입력 2022-02-27 06:41 수정 2022-02-27 11:15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등 주요 도시를 장악하기 위한 시가전에 돌입하면서 민간인 피해가 속출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저항이 러시아 침공 속도를 늦추고 있다고 미국과 영국이 진단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침공을 우선순위로 두고 진격하고 있지만, 곳곳에서 저항에 부딪히며 애를 먹고 있다는 것이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26일(현지시간) 비공개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의 저항이 러시아 예상보다 강력하다. 러시아는 지난 24시간 동안 우크라이나 북부 지역에서 고전하고 있다”며 “매우 결사적인 저항에 부딪혔고, 이에 따라 (진격이) 주춤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항공기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방공망은 계속 운용 가능하며, 계속 교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군이 (아직) 도시를 장악했다는 징후는 없다”고 설명했다.

CNN은 “전장에서 러시아가 예상보다 많은 병력과 항공기, 장갑차 등의 손실을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이 기존 평가보다 나은 성과를 낸 것”이라고 보도했다.

고위 당국자는 “러시아가 대규모 침공 부대에 연료와 탄약을 공급하는 문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러시아는 빠른 승리를 예상했고, 이에 따라 충분한 병력 보충 계획에 소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그러나 러시아군은 여전히 우크라이나에 압도적 우위 상태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 병력 절반 이상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투입됐고, 현재 키예프로부터 30㎞ 외곽 지점까지 진출했다”고 말했다. 또 특정되지 않은 숫자의 러시아군 정찰대가 키예프에 이미 침입했다고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250발 이상의 미사일을 발사했고, 이 가운데 대부분은 단거리 탄도 미사일”이라며 “러시아는 민간 기반 시설과 주거 지역이 영향을 받고 피해를 보는 모습을 계속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 로이터, AP 통신 등 외신은 이날 키예프 등에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이 있었고, 맹렬한 시가지 전투가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키예프에서는 교량, 학교, 주거지 등 민간시설이 동·남·북 쪽으로부터 폭격과 미사일 공격을 받아 피해가 속출했다. 공항 근처 고층아파트가 미사일 공격을 받아 파괴되는 일도 있었다.

우크라이나 언론 TSN은 이날 “러시아군 포격이 키예프의 어린이 병원을 강타해 어린이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성인 부상자도 있다”고 보도했다.

방위군에 자원하는 우크라이나 시민들도 계속 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방위군 모집 센터에는 키예프에서 가장 길 줄이 서 있었다”며 “수백 명의 지원자가 탄약 상자를 민간 차량에 싣고 각자 위치로 빠르게 이동했다”고 보도했다.

방위군 모집센터에서 자신을 IT 전문가라 밝힌 35세 남성은 “오늘 아침 러시아 미사일이 집 근처 건물에 떨어졌다”며 “이것이 내게 남은 마지막 지푸라기다. 이제 무기를 들 시간”이라고 WSJ에 말했다.

우크라이나 시민이 맨몸으로 러시아 군용 차량을 저지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 HB가 트위터에 올린 동영상을 보면 한 비무장한 남성이 양팔을 벌리고 차량을 제지하는 모습이 나온다. 차량은 방향을 바꿔 이동했는데, 남성은 계속 차량을 따라 이를 막았다.

영국 국방부도 “러시아군의 진군 속도는 아마도 병참의 어려움과 우크라이나군의 완강한 저항 때문에 일시적으로 저하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 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예상보다 큰 우크라이나 저항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존슨 총리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국민의 놀라운 영웅심과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공개한 영상에서 “러시아에 반대하는 ‘반전 연합’을 결성하기 위해 영국, 폴란드, 터키 등 여러 국가 지도자와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보건부는 침공 이후 198명이 숨지고, 10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