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대한 초강력 제재 카드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 차단 조치 도입 필요성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독일도 이를 찬성하겠다는 목소리를 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러 제재가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고 있다”며 한국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도 장기적으로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CNN은 26일(현지시간) 독일이 러시아를 SWIFT 결제망에서 퇴출하는 방안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안날레나 배어복 독일 외무장관과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경제부 장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이 같은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러시아를 SWIFT에서 배제할 경우 부수적인 피해를 피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다. 우리에게는 특정 타깃을 목표로 하는 제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전면 차단 대신 제한적 방식으로 결제망을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건을 달긴 했지만, 독일이 SWIFT 결제망 차단에 공식적으로 긍정적 의사를 밝힌 건 처음이다.
바이든 행정부도 러시아의 SWIFT 배제를 고민했지만, 유럽 동맹 사이에서 의견일치를 이루지 못해 그동안 이를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 관계자는 “영국과 이탈리아 등 일부 유럽 국가는 러시아의 SWIFT 배제를 지지하지만, 독일의 반대가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독일의 찬성으로 SWIFT 제재 방안 논의가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동영상 연설에서 “우리 외교관들은 모든 유럽국가가 러시아를 SWIFT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내리도록 애써왔으며 이제 승리를 거뒀다”며 “러시아에 엄청난 손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의 추가 침공을 막기 위한 조치로 러시아 중앙은행을 제재명단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준비하며 비축한 자금 6430억 달러를 노린 조치다. 바이든 행정부는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전 유럽과 동시에 이를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튜버 브라이언 타일러 코헨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제재도 (효과가) 즉각적이지는 않다. 그러나 이번 제재는 역사적으로 가장 광범위하고 정치·경제를 아우르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우리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러시아를 물리적으로 공격해 제3차 세계대전을 시작하는 것과 국제법을 위반한 나라(러시아)가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직접적 참전 보다 대러 제재로 러시아를 압박하는 게 효과를 낼 것이라는 의미다.
바이든 대통령은 “처음부터 내 목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을 하나로 만드는 것이었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나토를 분열시킬 수 있다고 믿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는 심각한 대가를 치를 것이며, 장기적으로 유럽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의 일본과 한국, 호주에서도 그렇다.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이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러 제재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대러 제재 효과는 서서히 가시화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전날 러시아의 장기 외화 표시 신용 등급을 ‘BBB-’에서 ‘BB+’로 내렸다. 이 등급은 ‘정크(투자 부적격) 등급이다. S&P는 BB+ 이하부터 투자 부적격 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S&P는 “지금까지 발표된 제재가 러시아의 은행 부문이 국제 무역의 금융 중개자 역할을 하는 데 능력에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무디스도 ‘Baa3’ 상태인 러시아 신용등급 강등을 경고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