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26일 “재정상의 부담이 있으니 기본소득 조금 미뤄서 하겠다”고 말했다. 코로나 확산으로 침체된 민생을 회복하는 데 집중하기 위해 재정소요가 큰 기본소득은 우선순위에서 뒤로 미루겠다는 얘기다.
이 후보는 경기 의정부역 앞에서 가진 유세에서 “경제 살리는 방법으로 50조원 (추경) 정도면 충분히 가능하다”며 “물론 이게(코로나 상황) 계속되면 또 추가로 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가 주장하는 50조원 규모의 추경으로도 민생이 회복되지 않으면 추가적인 지원책을 쓸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이 후보는 이를 위해 자신의 시그니처 공약 중 하나인 ‘기본소득’을 추진 시점을 뒤로 미루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저는 기본소득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약간 중복되는 면이 있고 재정상의 부담도 있으니까 조금 미뤄 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전국민에게 연 25만원으로 시작해 임기 내에 연 100만원 주는 방안을 지급하는 전국민 기본소득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연 25만원을 지급하면 약 13조원의 재정이 들고, 연간 100만원을 지급하게 되면 소요예산은 약 52조원 가량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 후보는 “재정상의 문제없이 일단 코로나 극복하는 것에 집중하자”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앞선 경기 고양 일산문화공원 유세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를 규탄했다. 이 후보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영토와 주권을 침해하면 안된다”며 “정말 규탄해 마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TV토론에서 했던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발언의 오해 소지를 없애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26일 TV토론에서 “6개월 초보 정치인이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돼서 나토(NATO) 가입을 공언하고 러시아를 자극하는 바람에 충돌했다”고 주장했다. 검사 출신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정치 경험 부족을 지적하기 위한 비교였다.
하지만 곧장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옹호하는 것이냐는 비판을 불러 일으켰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에 “이 후보는 타임머신을 타고 구한말로 가면 일본의 침략 원인을 고종과 조선의 무능이라고 칭하면서 의병으로, 독립군으로 싸우는 우리 조상을 훈계할 생각이냐”고 지적했다.
한편 이 후보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어령 교수의 빈소를 오후 7시쯤 찾아 조문했다. 홍정민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이 후보는 유가족분들을 만나 위로를 전하며 평소에 존경하는 분이었다는 말씀을 드렸고, 유가족께서는 이 교수님이 평안히 가셨다고 화답해 줬다”고 전했다.
이 후보는 성남시장 재직 시절 강연차 성남시를 방문한 이 교수를 처음 만났고, 이후 교류를 이어 왔다고 한다.
고양·의정부=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