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기는 방패?”…우크라 사태에 때아닌 오성홍기 매진

입력 2022-02-26 17:00
립스틱으로 그린 오성홍기. 샤오샹천바오 캡처

우크라이나에서 때아닌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의 매진 행렬이 이어지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25일 중국 관영매체 CCTV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극심한 혼란에 빠진 우크라이나에서 중국 국기가 매진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 거주하는 교민 쑨모씨를 발언을 소개했다.

쑨씨는 “키예프에서 오성홍기는 이미 매진됐다”며 “중국인들은 서로 돕고 있으며 내가 가지고 있던 국기를 교민들에게 나눠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성홍기 매진은 우크라이나 주재 중국대사관이 교민들에게 우발적 피해를 막기 위해 외부에 나갈 때 차량 등에 오성홍기 부착을 권고한 영향으로 보인다.

중국은 미국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노골적으로 러시아의 편을 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중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규탄 결의안에 기권표를 던졌다. 26일 유엔 주재 중국대표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장쥔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지난 25일 “나토가 다섯 차례나 확장을 계속한 상황에서 러시아의 안보 요구는 중시되고 완만히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영향으로 우크라이나 내에서 오성홍기가 암묵적인 방패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매체 샤오샹천바오에 따르면 오성홍기의 매진으로 국기를 쉽게 구할 수 없게 되자 이를 직접 그리는 중국인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여학생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빨간 펜을 찾지 못해 립스틱으로 오성홍기를 그렸다”며 “국기를 들고 있으면 누구도 나를 공격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중국 대표 SNS 웨이보에는 ‘우크라이나의 중국인이 립스틱으로 오성홍기를 그렸다’는 해시태그의 누적 조회수가 2억 건을 넘기기도 했다.

오성홍기가 귀한 이 같은 상황에 오성홍기를 도둑맞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한 중국인은 웨이보에 “대사관의 권고에 따라 차에 국기를 붙였는데 잠시 짐을 옮기던 사이 국기가 없어졌다”며 “누군가 훔쳐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웨이보에는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값어치 있는 것은 중국 국기와 여권”이라는 주장이 담긴 글이 다수 게재되고 있다.

수도 키예프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전역에는 무역상, 유학생, 화교 등 중국인 6000여명이 머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