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출신 테니스 선수 안드레이 루블레프(세계 랭킹 7위)가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대회 결승 진출을 확정한 뒤 전쟁에 반대하는 메시지를 보내 화제다.
루블레프는 25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두바이 챔피언십 준결승에서 후베르트 후르카치를 2대 1로 제압하고 결승에 진출했다.
경기 뒤 루블레프는 TV 카메라 앞 투명판에 ‘제발 전쟁은 안돼(No War Please)’라고 적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입장을 드러냈다. 보통 선수들은 이 투명판에 자신의 사인을 남기는 등의 우승을 자축하는 세레모니를 하지만 루블레프는 반전 메시지를 낸 것이다. 그의 메시지를 발견한 관중들은 환호와 동의를 표하는 함성을 쏟아냈다.
루블레프는 러시아 선수 중 랭킹이 두 번째로 높은 러시아의 테니스 스타다. 그는 앞서 참가한 프랑스 마르세유 대회에서는 우크라이나 선수 데니스 몰차노프와 복식 우승을 합작한 뒤 “모두에게 평화가 있기를 빈다”고 말한 바 있다.
러시아 선수 중 가장 랭킹이 높은 다닐 메드베테프(2위) 역시 최근 전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맥시코오픈에 참가 중인 메드베데프 준결승 진출을 확정 지은 뒤 “주니어 시절부터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경기를 치르는 테니스 선수로서 침공과 관련한 뉴스를 들으며 마음이 힘들었다. 나는 평화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러시아의 스포츠 스타들은 ‘반전’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물결이 이어가고 있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로 알려진 러시아 최고의 아이스하키 스타 알렉스 오베츠킨까지 조국이 일으킨 전쟁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26일(한국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오베츠킨은 이날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팀 훈련을 마친 뒤 취재진을 만나 “힘든 상황이다. 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친구들이 많다. 그래서 이 전쟁을 보기가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곧 전쟁이 끝나고 전 세계에 평화가 깃들길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발 전쟁은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며 “러시아든, 우크라이나든, 다른 나라든 누가 전쟁을 하고 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평화롭고 위대한 세계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베츠킨은 2017년에는 푸틴 대통령의 재선을 돕기 위해 지원팀을 조직한 푸틴 대통령의 확고한 지지자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그와 찍은 사진을 대표 프로필로 할 정도였다. 그렇기에 전쟁을 비난하기도, 옹호하기도 곤란했던 오베츠킨은 최근 미디어 인터뷰 제의를 거부하고 침묵을 지켜왔다.
하지만 이날 취재진 앞에 선 오베츠킨은 푸틴 대통령과의 좋은 관계를 인정하면서도 본인은 전쟁을 원치 않는다고 명확히 밝혔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