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지지’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 덴마크 공연 취소

입력 2022-02-26 13:28 수정 2022-02-26 14:34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가 지난 2004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훈장을 받는 모습. 당시 러시아 대통령궁 홈페이지에 올라온 것이다. 위키미디어

러시아 출신의 세계적인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의 덴마크 공연이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25일(현지시간) 취소됐다.

네트렙코는 이날 저녁 덴마크의 제2의 도시인 아르후스의 콘서트홀에서 남편 유시프 에이바조프가 리사이틀을 가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공연을 앞두고 덴마크 정치인들과 시민단체들이 네트렙코의 푸틴 지지를 비판하며 콘서트홀에 취소를 요구했다.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콘서트홀은 개막을 한 시간 앞두고 공연 취소를 발표했다.

네트렙코는 국제무대 활약을 위해 오스트리아 국적을 취득하고 현재 빈에 거주 중이다. 하지만 러시아 국적도 보유한 이중국적일 뿐만 아니라 그동안 푸틴 지지를 여러 차례 밝혀 왔다. 앞서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 침공 및 합병 당시 그는 “정치와 예술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내면서도 당시 우크라이나 내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을 지원하는 사진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또한 네트렙코는 푸틴 대통령의 대선 출마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한 적도 있다. 푸틴 대통령 역시 여러 차례 네트렙코와 함께 있는 사진을 올리는가 하면 지난해 네트렙코 50번째 생일 기념 콘서트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치르도록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네트렙코를 비롯해 평소 푸틴 대통령 지지를 드러냈던 예술가들이 국제 사회에서 역풍을 받고 있다. 앞서 오스트리아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미국 뉴욕과 플로리다 공연을 할 예정이었던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하차했다.

‘러시아 음악계의 차르’로 불리는 게르기예프는 푸틴과 30년 넘는 친분을 과시하며 푸틴의 각종 정책을 지지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 침공 및 합병에 대해 지지 성명을 낸 것은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뉴욕 카네기홀 공연을 앞두고 미국 내에서 반대 여론이 들끓자 카네기홀과 빈필은 게르기예프 대신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 음악감독 야닉 네제 세겡으로 교체했다. 그리고 25일 협연자로 나설 예정이던 러시아 피아니스트 데니스 마추예프 역시 푸틴 지지자인 만큼 하차하고 한국 피아니스트 조성진으로 바뀌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