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가운데 흑해에 위치한 즈미니섬의 국경수비대가 러시아군의 투항 권유를 뿌리치고 맞서다 끝내 전멸한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러시아군은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를 북·동·남쪽 3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침공했다. 이중 흑해에 접한 남쪽에서는 군함을 동원했다.
이 군함을 처음 막아선 것은 우크라이나 본토 남단에서 48㎞ 떨어져 있는 즈미니섬의 국경수비대원들이다. 즈미니섬은 면적 0.18㎢의 작은 섬으로, 13명의 국경수비대원들이 배치돼 있었다.
CNN은 러시아 군함이 즈미니섬의 국경수비대원들에게 무전으로 “무기를 내려놓고 투항하면 유혈 사태와 불필요한 사상은 피할 것”이라고 권유했으나 국경수비대는 오히려 이들에게 욕을 섞어 “꺼져라”라고 무전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이들이 투항 권유를 끝내 받아들이지 않자 러시아 전함은 결국 공격을 가했고, 국경수비대원 전원은 전사했다.
CNN은 국경수비대와 러시아 군함 간 무전 교신 내용을 입수해 원본 그대로 보도했다. 투항하라는 러시아군에 국경수비대원들이 마지막으로 던진 욕설이 담긴 오디오에 대해 우크라이나 내무부도 ‘진짜’가 맞다고 확인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3명의 전사자를 추모하면서 “즈미니 섬에서 최후까지 저항하던 국경수비대원 모두가 ‘영웅적으로’ 숨졌다.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며 “우크라이나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이 영원히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애도했다.
안명진 기자 a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