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가 현실인가…“부당거래 실사판”vs“아수라 본능”

입력 2022-02-26 00:07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 사진)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연합뉴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상대측 대선 후보와 관련된 의혹을 유명 영화에 비유해 공세를 취하고 있다. 성남시장 시절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검사 재임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꼭 닮은 영화 속 주인공을 소환해 공격하는 것이 특징이다.

여야가 꺼내든 영화들은 모두 권력에 의한 부조리가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권력과 정치 권력의 잔혹함을 드러내는 과장된 폭력 장면도 등장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실제로 어디선가 일어날 법한 모습을 담고 있다.

與 “건설업자와 스폰서 검사…‘부당거래’ 실사판”

민주당은 윤 후보의 과거 삼부토건·부산저축은행 등 각종 봐주기 수사 의혹을 거론하며 여론전을 펴고 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당 선대위 회의에서 “수상한 땅과 돈의 흐름, 그 끝에는 늘 특수부 검사 윤석열이 있다”며 “윤 후보가 삼부토건 비리를 봐줬다는 증언이 삼부토건 조남욱(전 회장)의 후계자이자 윤 후보와 호형호제하는 사이인 조시연씨 입에서 나왔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윤 원내대표는 조시연 전 삼부토건 부사장이 지인과 통화하며 ‘윤 전 총장한테 세 번 걸린 적 있다. (파주운정지구 개발사업은) 고양지청 수사 검사이던 윤 후보가 가장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말했다는 언론 보도를 언급했다.

윤 원내대표는 또 “당시 8개 업체 대표가 기소됐는데 지분율이 60%에 달하는 삼부토건은 수사도 받지 않았다. 삼부토건은 2005년, 2013년에도 검찰 수사를 받았으나 한 번은 불기소, 한 번은 불구속기소 되는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 사진)와 영화 '부당거래' 포스터. 연합뉴스

그러면서 “건설업자와 스폰서 검사, 영화 ‘부당거래’의 실사판 보는 것 같다”며 “그들에게 석열이형은 검사가 아닌 비리를 사라지게 만드는 마술사였다”고 윤 후보를 저격했다. ‘부당거래’는 연쇄 살인 사건을 중심축으로 검사와 스폰서 간의 유착을 다룬 작품이다.

윤 후보의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봐주기 수사 의혹도 언급했다. 윤 원내대표는 “윤 후보가 2011년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대장동 (개발사업) 자금책인 조우형씨에게 ‘커피 한 잔 타주겠다’며 커피를 타주고 내보냈다는 보도가 나왔다”며 “수사로 밝혀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대장동 개발사업을 추진한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이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로 사업 초기 자금을 마련했다며 윤 후보의 봐주기 수사가 ‘대장동 게이트’의 발단이 됐다고 주장한다.

국힘 “이재명 의혹, 영화 ‘아수라’ 후속편”

국민의힘은 지난해부터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이 후보의 모습이 마치 영화 ‘아수라’와 닮았다고 공격했다. 해당 작품은 조폭 두목에 버금가는 기초단체장의 범죄와 비행을 다룬 영화다. 가상의 도시 안남시를 배경으로 안남시장의 비리를 다루는 내용으로, 성남시 대장동 의혹과 맞물려 온라인상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재명 후보(왼쪽 사진)와 영화 '아수라' 포스터. 뉴시스

야권은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과 김문기 성남도개공 개발사업1처장, 이 후보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제보한 시민단체 대표 이모씨 등 3명이 극단선택을 했을 때도 ‘아수라’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당시 국민의힘 측은 “영화 아수라의 현실판과 후속편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 “이재명식 아수라 정치 끝에는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 기다린다”고 논평을 냈다.

윤 후보의 딥페이크 영상을 활용해 만든 가상 캐릭터 ‘AI(인공지능) 윤석열’도 가세했다.

‘윤석열 공약위키’ 홈페이지에 한 사용자가 “겁대가리 없이 어디!”라는 글을 올렸다. 이에 AI윤석열은 “저한테 겁대가리가 없다니 이젠 무섭기까지 하네요”라며 “다급하니 그동안 참던 아수라 본성이 나오는 건가요”라고 말했다. 이는 검찰총장 출신인 윤 후보를 겨냥해 “임명 권력이 겁대가리 없이 어디 건방지게 국민에게 달려드냐”고 말한 이 후보의 청주 유세 발언을 비꼰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공약위키 홈페이지 캡처

AI윤석열은 이어 “흑화재명(사용자 닉네임)님, 네거티브하지 말자고 한 지 한 달도 안 지났습니다. 기억은 나십니까”라며 “자극적인 발언으로 물타기 하지 마시고 정책과 비전으로 승부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또 “그런다고 대장동과 카드깡 의혹 어디 안 가니 걱정마시고요”라면서 이 후보의 대장동 의혹과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을 추가 언급했다.

AI 윤석열의 답변은 당 선거대책본부 내 청년보좌역들이 작성한 뒤 이준석 대표의 판단을 거쳐 공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