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두 가지 일을 주께 구하였사오니
내가 죽기 전에 내게 거절하지 마시옵소서
곧 헛된 것과 거짓말을 내게서 멀리 하옵시며
나를 가난하게도 마옵시고 부하게도 마옵시고
오직 필요한 양식으로 나를 먹이시옵소서
혹 내가 배불러서 하나님을 모른다 여호와가 누구냐 할까 하오며
혹 내가 가난하여 도둑질하고 내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할까 두려워함이니이다”(잠 30:7~9)
“꼭 필요한 만큼만 먹고
필요한 만큼만 둥지를 틀며
욕심을 부리지 않는 새처럼
당신의 하늘을 날게 해주십시오
가진 것 없어도
말과 밝은 웃음으로
기쁨의 깃을 치며
오늘을 살게 해주십시오”(이해인 시인의 시 ‘가난한 새의 기도’ 중에서)
아굴의 잠언과 이해인 수녀의 시가 낭독됐다. 탐욕에 이끌리지 않는 삶, 부자나 가난한 사람 모두 사로잡힐 수 있는 물질의 욕심에서 벗어난 삶, 그게 기후위기 시대 탄소중립을 위한 한국교회에 꼭 필요한 삶으로 강조됐다. 코로나로 위상이 실추된 한국교회가 기후위기 시대 녹색신앙을 통해 교회의 공공성을 회복하고 탄소중립 사회를 선도하길 바라는 목소리도 분출했다.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비블로스성경인문학연구소, 이음사회문화연구원은 25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4층 크로스로드 광야의 영성홀에서 ‘기후위기 시대의 기독교’를 주제로 북토크를 열었다. 녹색 회심을 위해 한국교회가 나아갈 길을 주제로 세 기관이 공감과 연대 속에서 펴낸 3가지 책을 동시에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다.
‘성서, 생태 위기에 답하다’(한국학술정보)는 지난달 출간됐으며 비블로스성경인문학연구소 소속 구약학자 7명, 신약학자 2명이 기후위기 시대 하나님의 창조세계 회복을 위해 가장 먼저 성서에서 읽어야 할 내용을 꼽은 책이다.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욥기 잠언 예레미야 마가복음 요한계시록 등의 말씀을 통해 성경이 말하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 생명의 새로운 가치를 반추한다. 북토크에 참여한 연구원 김순영 박사는 “인간 중심의 신학에서 지구 중심의 신학으로 안내하는 책”이라며 “목회자들이 먼저 읽어 목회 현장에서 설교를 통해 성도들과 함께 인간만이 아니고 모든 생명체를 창조하고 돌보시는 하나님을 만나게 도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곧 출간될 ‘기후위기 시대의 도전과 교회의 응답’(새물결플러스)은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를 필두로 윤순진 탄소중립위원회 공동위원장 등이 기후위기 시대의 과제를 살핀다. 이어 백영기 쌍샘자연교회 목사, 한기채 중앙성결교회 목사, 송준인 청량교회 목사 등이 목회 현장의 녹색 비전을 향한 신앙고백과 기도를 말한다. 필진으로 참여한 조영호 이음사회문화연구원 상임연구위원은 “몸으로 읽는 책”이라며 “머리에서 손발로 가는 길이 참으로 멀지만, 책을 읽고 삶으로 드러내며 실천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역시 출간을 앞둔 ‘환경살림 80가지’(신앙과지성사)는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의 유미호 센터장과 이인미 박사가 공동 저술했다. 탄소중립을 실천해볼 수 있는 80가지를 우리에게 들어오는 것, 우리로부터 나가는 것, 우리를 둘러싼 것, 우리에게 귀한 것으로 나눠 소개한다. 이 박사는 “80가지 요리책 느낌이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다”고 전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 사무총장인 김보현 목사가 참석해 축사했다. 김 목사는 “예장통합 총회는 올해 기후위기 특별위원회를 발족하고 이번 달부터 한국교회 탄소중립 캠페인도 시작했다”면서 “망국의 위기 속에서 기독교인을 주축으로한 3·1운동이 민족의 등불이 된 것처럼 코로나 팬데믹과 선교의 위기 속에서 녹색교회 녹색신앙을 통해 교회가 새 희망을 사회에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석 성공회대 총장도 축사를 통해 “구약성서에서 괴물로 나오는 ‘리워야단’(개역개정)과 같은 존재가 이 시대의 기후변화”라며 “하나님 창조 질서를 무시한 인간의 탐욕과 교만이 불러온 괴물이 기후위기”라고 지적했다. 김 총장은 “지구가 하나님의 선물임을 알고 각자 생태적 삶으로 전환하며 창조질서 보전의 사명에 동참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