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이틀 째인 25일 수도 키예프의 시민들이 피란 행렬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아직 떠나지 못한 시민들은 공포 속에서 서둘러 짐을 꾸리고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폭발음을 들으며 지하철역 등으로 대피했다.
CNN은 러시아군이 25일 오전 8시30분 키예프에서 32㎞ 떨어진 지점까지 다가갔다고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북부에 있는 키예프는 러시아 서남부, 벨라루스 남부 접경지역과 가깝다.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는 CNN에 “러시아군이 우리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해 키예프로 진격하고 있다”고 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동·남·북 3면에서 키예프를 향해 대규모 병력을 진격시키면서 포위망을 좁혀가고 있다.
키예프는 이날 오전 7시(현지시간)부터 공습 경보를 발령했다. 키예프 인근 보리스필 국제공항을 비롯해 크라마토르스크, 오데사, 하리코프, 베르단스크 등 우크라이나 전역에 폭발음이 들렸다는 보도도 나왔다.
서방에서는 몇 시간 내 키예프가 함락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오스틴 로이드 미 국방장관은 이날 열린 미 연방 하원의원 보고에서 러시아 기갑부대가 키예프에 근접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앞서 익명의 서방 정보당국 관계자도 AFP 통신에 “우크라이나의 저항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키예프가 몇 시간 안에 함락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러시아가 공군력에서 우위를 보여, 수십 발의 첨단 폭격기와 공격용 헬리콥터를 내세워 우크라이나 군을 압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방공 체계를 효과적으로 제거했고, 우크라이나는 자신을 보호할 공군력이 더는 없다”고 설명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군의 주된 표적이 키예프 시가지에서 20㎞ 떨어진 고스토멜 비행장이라는 분석을 제기했다. 키예프 턱밑에 있는 이 비행장만 점거하면 러시아는 키예프에 더 많은 공군력을 안정적으로 투입할 수 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