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섬 ‘화명도’에는 무지갯빛처럼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산다. 아홉 살의 지능을 가졌지만, 누구보다 순수한 신앙을 가진 스무 살 용욱이가 주인공이다. 섬사람들은 우연히 용욱이가 하나님에게 쓴 편지를 읽게 되고, 점차 서로의 아픔을 치유 받으며 변화하기 시작한다.
기독 뮤지컬 ‘용욱이의 편지’가 23일 서울 대학로 열린극장에서 막을 올렸다. 이번 공연을 제작한 GPS컴퍼니와 하모니컴퍼니는 24일 열린극장에서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극 중 일곱 명의 등장인물들은 마치 무지개처럼 흰색부터 빨강, 노란색 등의 옷을 입고 저마다의 사연을 무대 위에 펼쳐냈다. 극의 백미는 모야모야병을 앓는 상은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한 노인의 수술 장면이다. 노인과 상은이를 연결한 붉은 실을 보고 있노라면 피로 우리를 죄에서 구하신 예수의 모습이 떠오른다.
극의 연출을 맡은 연출가 김성겸은 “극 중 의식 불명 상태로 나오는 노인을 통해 예수를 표현하고자 했다”며 “모든 등장인물이 상은이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마치 예수님의 보혈이 상은이에게 전달되는 이 장면을 통해 우리를 향한 하나님 사랑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극이 진행되는 내내 무대 한 쪽에 의식 불명 상태로 누워있는 노인의 모습에 자연스레 시선이 간다. 이 역시 의도된 연출이다. 마치 우리네 삶 속에 항상 함께하며 묵묵히 모든 상황을 바라보는 예수를 생각나게 한다.
‘용욱이의 편지’ 제작은 최무열 백석예술대 교수가 맡았다. 최 교수는 2004년 제10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성경 인물 막달라 마리아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 ‘마리아 마리아’는 2006년 뉴욕 오프브로드웨이 무대에도 올랐을 정도로 업계에서 인정받은 작품이다.
최 교수는 “‘용욱이의편지’에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과연 그 안에 난 어디에 있는지’ 관객들이 찾아보게끔 만드는 게 관전 포인트”라며 “공연을 보며, 자신이 예수님을 만나게 된다면 과연 본인이 어떤 식으로 변화하게 될지를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많은 젊은이로부터 예수를 믿고 싶지만, 믿어지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코로나19 이후 어떻게 살아갈까를 고민하는 청년뿐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예수님을 생각나게 하고 위로를 주는 작품이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극본을 쓴 오유리 작가도 “용욱이란 인물이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는 이유는 힘들고 어려운 상황 가운데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오히려 주님으로 인해 행복하다는 점 때문”이라며 “사람들에게 진짜 희망과 행복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닌 예수님에게 있다는 걸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용욱이 역할을 맡은 배우 장준호는 “지금껏 맡아본 역할 중 가장 행복했던 역할, 소위 ‘인생 캐릭터’였다”며 “경계성 지능 장애를 가진 용욱이의 연기를 하며 그런 아픔을 가진 이들에게 해가 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시대 많은 기독교인이 교회에 제대로 나가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많은 청년도 교회와 점점 멀어지는 것 같다”며 “용욱이를 통해 많은 이들이 믿음을 회복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제작사 측은 공연 상연을 원하는 교회가 있다면 언제든지 찾아가 선보일 계획이다. 공연 기간 중에라도 전국교회를 찾아 무대를 선보이고자 각 배역을 이중 캐스팅했다.
뮤지컬 ‘용욱이의 편지’는 1991년 기독교 잡지 ‘낮은 울타리’에서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줬던 ‘용욱이’의 글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세상에 없는 가상의 섬 ‘화명도’를 배경으로 각 인물의 갈등과 각자의 사연을 통해 인간의 내면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공한다. ‘용욱이의 편지’는 오는 4월 17일까지 계속된다.
글·사진=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