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증권시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첫날인 24일(현지시간) 3대 지수가 모두 상승 마감했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연준)의 긴축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우크라이나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형성한 과매도 국면에서 반발 매수세를 이끌었다. 내림세를 이어가는 듯했던 주요 지수는 장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에서 러시아 제재를 발표한 것을 기점으로 하락 폭이 줄어들다 상승 전환했다.
1. 러시아 제재 발표
러시아 침공에 따른 주요국의 제재 수준이 예상보다 강도가 낮았던 점이 반등장을 이끈 주요 요인으로 평가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주요 7개국(G7) 정상들과 화상 회의를 개최한 뒤 러시아에 대한 금융, 에너지, 교통, 수출 등 새로운 제재를 발표했다. 영국은 은행, 기업, 개인 등을 대상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추가 제재안을 발표했다. 런던 금융시장에서 파운드화를 위한 러시아 은행들의 시장 접근을 차단하며 러시아 정부의 자금 조달을 막은 것이 대표적이다.
다만 우크라이나 정부가 강력하게 요구했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 퇴출 조처는 빠졌다. SWIFT는 1만1000개가 넘는 전 세계 금융기관이 안전하게 결제 주문을 주고받기 위해 쓰는 전산망이다. 여기서 배제되면 러시아 금융기관들은 외국 금융기관과의 거래가 전면 중단된다. 이는 사실상 국제금융거래망에서 퇴출당하는 것이라 러시아에 대한 가장 강력한 제재 수단으로 언급돼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SWIFT 퇴출은 항상 선택 가능한 옵션”이라고 여지를 남겨두면서도 “유럽 국가들이 현시점에서는 원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2. 연준 긴축정책
우크라이나 전쟁이 현실화하며 연준의 가파른 긴축이 궤도를 수정할 수 있다는 분석도 훈풍으로 작용했다. 인플레이션 방어를 위해 공격적인 긴축정책을 시사해왔던 연준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라파엘 보스틱 미국 애틀랜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한 행사 연설에서 “연준은 러시아의 침공이 세계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며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이번 침공은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이날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 등 단기물 금리는 장기물보다 큰 폭 하락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에 반영된 올해 3월 연준의 0.50%포인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이날 13.3%까지 떨어졌다.
다만 인플레이션 확대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양적긴축이 연말부터 금융시장을 압박해온 기조적 요인인 만큼, 지정학적 위험의 부침에 크게 구애받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강하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3월과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의사결정의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3. 국제유가
폭등세를 보이던 국제 유가는 전 세계 전략비축유(SPR)를 추가로 방출할 수 있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언질에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보다 71센트(0.8%) 오른 배럴당 92.81달러에 거래를 종료했다. 장 초반 9% 이상 급등하며 배럴당 100달러를 넘기기도 했으나 이내 상승폭이 축소되며 진정됐다.
WTI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2014년 이후 8년 만이다. 브렌트유 4월물 가격도 장중 한때 105.75달러까지 치솟았으나 마감 시점에 100달러 아래로 회귀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의 러시아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가격 변동폭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우크라이나 개전과 함께 제기됐던 SPR 방출 가능성은 장중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을 통해 확인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 세계 SPR를 추가로 방출하기 위해 다른 나라들과 협력하고 있다며, 미국은 조건이 갖춰짐에 따라 추가적인 원유를 방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해 11월 국내 휘발유 가격이 급등하자 SPR을 5000만배럴 규모로 방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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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