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날한시 동시 더비…뜨거운 토요일 낮 K리그

입력 2022-02-25 11:00
더비 경기는 각 구단에게 부담스러운 일정이다. 이겨도 다른 승리와 같은 승점 3점을 얻을 뿐이지만 지면 팬들에게 몇 배의 비난을 받는다. 팬들에게 더비는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볼 경기다. 똑같이 지더라도 이쪽이 몇 배는 기분이 나쁘다. 설욕할 기회도 한참 기다려야 한다. 그때까지 상대 팀 팬에게 놀림 받는 건 덤이다.

26일 오후 2시 K리그에서는 동시에 두 개의 수도권 지역 더비 경기가 열린다. 수원 삼성과 수원 FC(이하 수원F) 사이 ‘수원 더비’, FC 서울과 인천 유나이티드 사이 ‘경인 더비’다. 수원 연고의 두 팀은 지난 경기에 나란히 패했기에 반등이 필요하고, 지난 경기 모두 승리했던 서울과 인천은 기세를 이어나가야 한다. 이 대결이 재현되는 건 넉 달 뒤인 6월 25일이 되어서다.

‘축구도시 수원’의 진짜 주인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수원 연고 두 팀의 전적은 최근 팀의 흐름을 반영한다. 최근까지 맞붙은 3차례 경기에서 모두 수원F가 이겼다. 수원F가 7골을 넣는 동안 수원은 단 한 골을 넣는 데 그쳤다. 지난해 3월 0대 0으로 비겼던 게 수원으로서는 그나마 체면치레였다.

수원F가 처음 K리그1(당시 K리그 클래식)에 올라온 2016년만 해도 달랐다. 4차례 맞대결에서 수원은 3차례 승리했다. 다만 한 번의 패배가 굴욕적이었다. 서정원 감독이 이끌던 당시 수원은 스플릿 라운드의 잔류 경쟁 수렁에서 헤매던 중 수원F에 홈구장에서 4대 5로 패했다. 당시 수원F는 리그 최하위였다.

홈구장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상대를 맞을 수원은 지난 경기에서 주전 공격수 김건희가 퇴장당했고 외국인 공격수 사리치는 부상으로 빠졌다. 이번 경기는 데뷔전이 유력한 덴마크 출신 그로닝에 기대야 한다. 영입생 정승원이 인천전에서 엄청난 활동량을 보여준 것도 기대해 볼 만하다.

수원F는 비록 개막전 디펜딩챔피언 전북 현대에게 졌지만 객관적 전력상 선전했다는 평이 많았다. 박주호와 핀란드 출신 니실라의 중원 조합이 전북을 상대로도 좀체 밀리지 않았다. 주포인 라스의 득점력이 살아날지가 관건이다.

관심을 모았던 바르셀로나 유소년 출신 이승우는 교체 투입돼 기대 이상 활약을 했다. 그러나 경기 뒤 인스타그램에 자신이 당했던 페널티박스 안 상대 태클 판정에 항의하는 포스팅을 올려 현재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에 부쳐진 상태다.

언제나 뜨거운 경인 더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서울과 인천은 모두 기세가 좋다. 서울은 지난 시즌 안익수 감독 부임 뒤 보여준 촘촘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지난 시즌 리그 3위 대구 FC에 깔끔한 2대 0 승리를 거뒀다. 인천은 홈에서 수원으로부터 정규시간 종료 직전 무고사의 결승골로 짜릿한 승리를 얻어냈다. 개막전 11년 무승 징크스를 날려버리는 결과였다.

두 팀 간 경기는 K리그에서도 살벌하기로 손에 꼽는다. 2008년 10월 이른바 ‘문학대첩’으로 불리는 경기에서 양 팀 서포터가 충돌한 게 변곡점이었고, 2020년 다시 충돌하면서 감정이 악화했다. 전체 전적에서는 서울이 앞서지만 최근 3경기에서 서울은 득점 없이 1무 2패로 열세다.

가장 최근 대결이었던 지난해 10월 30일 경기에서 서울은 안익수 감독 부임 뒤 한참 상승세를 타던 중이라 설욕을 벼르고 있었다. 그러나 전반 13분 백상훈이 퇴장당하면서 경기 양상이 급격히 반전됐다. 1명 모자란 와중 선전했지만 결국 송시우에게 선제골을 내줬고 경기 종료 직전 김현에게 추가골을 얻어맞으며 무너졌다.

서울은 대구전에서 탄탄한 수비 조직력과 변칙적인 공격 모두 완성도에 접어든 모습이었다. 인천은 지난 경기 승리하긴 했지만 상대 퇴장이 결정적 변수였던지라 아직 객관적 전력을 판단하긴 이르다. 두 팀 모두 현 감독 부임 뒤 몰라보게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는 점에서 사령탑 사이 지략 대결이 볼만할 전망이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