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소련여자’를 운영하는 러시아 출신 유튜버가 러시아의 올림픽 도핑 스캔들과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불거진 누리꾼의 집단 악성 댓글(악플) 공격에 응수했다. 그는 도핑 스캔들에는 “도핑을 말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서는 “어떤 이유로든 전쟁은 절대 안 된다”고 소신 발언을 내놨다.
유튜브 채널 ‘소련여자’는 러시아 출신 크리스티나 안드레예브나 옵친니코바(크리스)가 운영하는 채널이다. 러시아 정치 체제를 풍자하는 등 ‘사이다 발언’으로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최근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벌어진 러시아 선수의 도핑 논란과 우크라이나 침공 위기로 그의 유튜브에 악플 공격이 집중됐다.
크리스는 이에 24일 ‘러시아전쟁, 올림픽 도핑 해명합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날 영상을 올리면서 “이 영상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인 2월 18일에 촬영됐다”며 “전쟁 발발 이전에 제작된 관계로, 전쟁보다 도핑 논란에 초점이 맞춰진 점 양해 부탁드린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전쟁 개시 이후 영상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으나, 지속되는 해명 요구와 침묵에 대한 비난으로 업로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영상에서 크리스는 먼저 “러시아 욕은 내 전문인데 ‘지금 우리학교는’을 보느라 (해명이) 늦었다”며 “이게 내 잘못이냐. 이 정신 나간 X들아”라고 발끈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이건 편집해 주세요”라고 덧붙였다.
이어 크리스는 “러시아 도핑 말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알았으면 내가 최선을 다해 말렸을 텐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 그러지마”라며 도핑한 선수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훈계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그는 자신을 겨냥한 ‘내로남불’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내’가 ‘러’시아인이니까 ‘남’이 도핑해도 ‘불’똥이가 튄다”며 4행시를 짓기도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크리스는 “No War. 어떤 이유로든 전쟁은 절대 안 된다”며 양손을 엇갈려 ‘X’표시를 해 보였다. 또 일부 누리꾼의 ‘혹시 러시아를 옹호하시나요’라는 질문에는 “저는 옹호 안 하는데요”라고 답했다.
앞서 크리스의 유튜브 채널에는 일부 누리꾼들의 악성 댓글이 연이어 달렸다. “니네 나라도 돌아가라” “러시아에서 논란이 되니 아무 말 못하고 있다” “구독 취소한다”는 등의 비난이 이어졌다.
하지만 크리스가 전날 올린 해명 영상에는 응원 댓글이 대다수를 이뤘다. 누리꾼들은 “평소 보지도 않던 사람들이 이럴때만 몰려와서 악플을 단다” “같은 한국인이라는 게 부끄럽다. 대신 사과한다” “악플을 오히려 재밌게 담아내는 모습이 멋지다” 등의 댓글을 달며 그를 응원하는 모습을 보였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