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북부 벨라루스 쪽에서 남쪽으로 진군하며 국경에서 멀지 않은 우크라이나 북부의 체르노빌 원전을 점령했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 미하일로 포돌랴크는 “러시아군의 완전한 무차별 공격 뒤에 원전이 안전하다고 말하긴 어렵다”면서 “이는 현재 유럽에 대한 가장 심각한 문제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체르노빌 원전 점령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군인들은 1986년 원전 참사의 비극이 재현되지 않도록 그들의 목숨을 바치고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러시아군의 공격으로부터 원전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 전투를 벌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 1개 정찰 소대가 체르노빌 인근에서 우크라이나군에 항복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2000년 이후 모든 원자로 가동이 완전히 중단된 체르노빌 원전은 벨라루스와의 국경에서 남쪽으로 16㎞,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북쪽으로 약 100㎞ 떨어져 있다.
1986년 폭발 사고가 일어난 체르노빌 원전은 반경 30㎞ 지역이 지금까지도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는 ‘소개 구역’으로 지정돼 특별 관리되고 있다.
폭발한 원자로 4호기에선 사고 직후 핵연료와 핵물질이 남아있는 원자로 위에 급하게 씌웠던 콘크리트 방호벽에 금이 가는 등 붕괴 우려가 커져 100년을 버틸 수 있는 철제 방호벽을 덧씌우는 작업을 했으며, 2019년부터 추가 방호벽이 가동에 들어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 공격으로 우크라이나군이 큰 손실을 보았다면서 상당수 군용기와 장갑차량을 잃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은 키예프 인근 비행장을 두고 러시아군과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또 하리코프 부근에서 러시아군 탱크 4대를 파괴했으며 루간스크 지역 인근 마을에서 러시아군 50명을 사살하는 한편 동부 지역에서 러시아 군용기 6대를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격추된 군용기나 파괴된 탱크는 없다고 부인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러시아의 공습으로 우크라이나 내 83곳의 지상 군사시설이 기능을 잃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측 인명 피해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미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40명의 군인과 수십명의 민간인이 숨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최신 집계가 아니어서 희생자가 더 늘어났을 수도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