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검사 사칭’ 거짓 소명 논란…당사자 “모욕감, 명예훼손”

입력 2022-02-24 17:28 수정 2022-02-24 17:29
KBS 최철호 PD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검사 사칭' 전과 기록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검사 사칭’ 전과에 대해 선거공보물에 거짓 소명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것과 관련, 해당 사건의 당사자인 최철호 KBS PD가 이 후보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 후보의 선거 공보물 소명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최 PD는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후보를 향해 “PD가 혼자서 (검사를 사칭) 했다는 내용을 고쳐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PD는 이 후보와 검사 사칭을 공모하고 실행한 사실이 인정돼 유죄 판결을 받은 인물이다.

이 후보는 선거 공보물에 검사 사칭 사건의 전과 기록(벌금 150만원)을 기재하면서 ‘시민운동가로서 공익을 위해 분당 파크뷰 특혜분양 사건 진상규명과 고발 과정에서 발생, 특혜분양사건 대책위 집행위원장이던 후보자를 방송PD가 인터뷰하던 중 담당 검사 이름과 사건 중요사항을 물어 알려줬는데, 법정 다툼 끝에 결국 검사 사칭을 도운 것으로 판결됨’이라고 소명했다. 자신이 범죄를 주도한 것은 아니란 취지다.

최 PD는 이 후보 측이 수차례 ‘검사 사칭은 자신의 관여 없이 PD가 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이 후보는 제 명예훼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후보가 관여하지 않았다는 게 사실이 아닌 얘기라는 걸 보여주는 중요한 근거 자료가 판결문에 있다. 진실은 1심, 2심, 대법원 판결문에 나온 내용”이라고 맞섰다. 그는 검사 사칭 통화가 이뤄질 당시 함께 있던 이 후보가 적극 개입한 내용이 기재된 1심 판결문도 공개했다.

KBS 최철호 PD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검사 사칭' 전과 기록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판결문에는 당시 이 후보가 최 PD에게 수원지검 검사의 자격을 사칭해 당시 성남시장을 상대로 고소 사건에 대해 전화로 의혹과 배후관계 등을 조사하는 것처럼 하려고 시장에 대한 질문 사항을 최 PD씨에게 설명했다고 나온다. 이 후보는 “수원지검에 모 검사가 있는데 시장도 그 이름을 대면 잘 알 겁니다”라고 말했다. 최 PD와 시장 간 통화가 시작된 이후 이 후보는 스피커에 귀를 대고 시장의 답변 내용을 들으면서 추가 질문 사항을 메모지에 적어주거나 보충 설명했다는 대목도 있다.

최 PD는 “이 후보는 가끔 카메라 쪽으로 다가가 스피커에 귀를 대고 당시 성남시장 답변을 들으면서 제게 추가 질문사항을 메모하거나 간단하게 적어주거나 나지막한 목소리로 보충설명했다”며 “만족한 답변이 있을 땐 동그라미, 부족한 건 추가 설명을 메모해줬다. (현장엔) 저뿐 아니라 카메라맨, 오디오맨도 다 있었다”고 당시 정황을 전했다.

최 PD는 “개인 인격권을 무시한 부분에 문제를 제기한다. 최소 방어권 차원에서 하는 얘기로 대단히 모욕스럽다”며 “명예훼손으로 고발하는 부분은 이 후보가 어떻게 나오냐에 따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측도 이 후보의 선거 공보물에 소명자료가 담겨 발송된 것에 대해 “명백한 선거법 위반”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김성범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당시 법원은 이재명 후보가 검사를 사칭해 검사의 직권을 행사한 사실을 인정해 유죄라고 판결했는데, 이 후보는 이번 공보물에서 ‘방송PD와 인터뷰하던 중에 담당 검사 이름과 사건을 알려줬다’고 말을 바꿔 버렸다”며 “사실이 이런데도 공보물에 거짓말을 늘어놓는 이 후보는 선거법도 무시하는가. 후보 자격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