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며 끝까지 함께” 싸운 결실…김진숙, 37년 만에 복직

입력 2022-02-24 17:11
복직을 촉구하며 2020년 12월 30일 부산을 출발해 청와대까지 희망 뚜벅이 행진을 한 김진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2021년 2월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행진 참여자와 밝게 웃고 있다. 뉴시스

김진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오는 25일 복직한다. 대한조선공사 영도조선소에서 노조활동을 이유로 해고된 지 37년 만이다.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과 HJ중공업은 23일 김 지도위원의 명예복직과 퇴직에 전격 합의했다. 이 합의에 따라 김 지도위원은 25일 복직하고 당일 퇴직한다. 퇴직과 관련한 나머지 사항은 노사협의를 통해 결정된다.

김 지도위원은 복직 결정이 이뤄진 직후 SNS에 올린 글에서 “수천 번을 마음 속으로 외쳤던 말. ‘저 복직해요’ 복직하는 날 퇴임식을 하지만 공장에서 조합원들이랑 같이 밥 먹고 박창수·김주익·곽재규·최강서가 일했던, 그리고 제가 일했던 현장을 37년 만에 돌아보고 오는 꿈에 그리던 날. 내일 모레 25일이다.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벅찬 눈물로 인사드린다”고 적었다.

김 지도위원이 해고된 뒤 회사는 세 차례나 바뀌었다. 1989년 국영기업이었던 대한조선공사가 한진그룹에 인수되며 한진중공업으로 바뀌었다. 한진중공업은 지난 2021년 동부건설 컨소시움에 인수돼 HJ중공업으로 탈바꿈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그 기나긴 시간을 “일제강점기보다 길었던 37년”에 빗대며 “피눈물 나는 복직투쟁이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고 했다.


복직이 결정된 직후 김 지도위원이 올린 트윗. 트위터 캡처

김 지도위원은 21살이던 1981년 대한조선공사 영도조선소에 용접공으로 입사한 뒤 1986년 2월 노조 대의원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집행부의 어용성을 폭로하는 선전물을 배포했다가 경찰 대공분실에 끌려가 조사를 받았다. 다섯달 뒤인 1986년 7월 회사는 김 지도위원을 해고했고, 그는 다시 조선소로 돌아오지 못했다. 지난 2009년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가 1986년 김 지도위원의 ‘노조민주화 투쟁’을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하고 부당해고로 인정해 복직을 권고했지만, 당시 한진중공업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9월 동부건설컨소시움이 한진중공업을 인수하고, 한진중공업이 지난해 12월 HJ중공업으로 새출발하면서 복직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HJ중공업은 “법률적 자격 유무를 떠나 과거 같이 근무했던 동료이자 노동자가 시대적 아픔을 겪었던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인도적 차원에서 명예로운 복직과 퇴직의 길을 열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김 지도위원이 여러 투쟁 현장에서 늘 강조해온 이 말처럼, 그는 그와 연대한 이들과 웃으며 끝까지 함께 싸운 끝에 복직이라는 결실을 마침내 얻어냈다.

김 지도위원의 복직 및 퇴임식은 오는 25일 열린다. 구체적인 행사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김 지도위원이 평소 바라던 대로 직원식당에서 조합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자신과 고(故) 박창수·김주익·곽재규·최강서씨가 일했던 현장을 둘러볼 것으로 보인다.

안명진 기자 a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