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사태 속 위안화 뜬다…러시아 수요 증가 전망에 4년 만에 가치 최대

입력 2022-02-24 15:57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현실화하면서 전통적으로 달러 대비 위험 자산으로 여겨지던 위안화 가치가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방의 제재 속에 러시아가 위안화 보유액을 높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24일 중국 증권일보 등에 따르면 전날 중국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장중 6.32위안까지 내려가 2018년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홍콩 역외시장에서도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장중 6.31위안까지 하락해 마찬가지로 2018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낮아졌다는 것은 위안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졌다는 것을 뜻한다.

위안화 강세 흐름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한 데 대해 서방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본격화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러시아가 달러화를 쓰지 못하게 되면 우방인 중국의 위안화를 더욱 많이 필요로 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중국 투자은행인 중국국제금융공사(CICC)는 보고서에서 “전체적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충돌이 심각해질 때 위안화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이라면서도 “러시아가 제재를 받은 후에 외화 보유액 배분을 다변화하면서 위안화 보유를 늘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산운용사 프린서플의 아시아 운용 책임자인 하우 청 완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서방 제재가) 위안화 등 대체 통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압박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중국 국채에 유리한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러시아는 지속적인 미국의 제재 위험 속에 외화보유액에서 달러 비중을 낮춰왔다. 로이터에 따르면 2017년 러시아의 외화보유액 중 달러화 표시 자산 비중은 46.3%에 달했으나 지난해 16.4%으로 급격히 줄었다. 반면 2017년 위안화 표시 자산 비중은 0.1%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엔 13.1%으로 크게 올랐다. 러시아의 수출액 중 달러 결제 비율도 2018년 80%를 웃돌았지만 현재는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실제로 서방의 제재가 시작되면 중국이 간접적으로 러시아를 도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정부 고문인 스인훙 중국 인민대학 교수는 지난 22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이 서방 제재에 도전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면서도 “중국은 간접적인 방법으로 러시아가 피해를 상쇄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중국이 러시아산 석탄을 대량 구입키로 했다는 소식을 예로 들기도 했다.

위안화가 우크라이나 위기가 아니더라도 점점 안전 자산으로서의 성격을 굳혀가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은행 소속 연구원 왕유신은 증권일보에 “위안화 자산은 유동성, 안전성, 수익성 등을 두루 갖춰 위험 회피 자산으로서 환영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위안화 가치는 지난해부터 기록적인 수출 실적에 힘입어 초강세 흐름을 유지해왔다.

다만 올해 중국의 수출 특수가 약화할 것으로 보이고 미국이 본격적으로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어 미·중 금리 격차가 축소되면 향후 위안화 가치가 급격히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직속 신문인 금융시보는 지난달 “미·중 금리 격차 축소와 중국의 수출 둔화가 위안화 평가절하의 주된 압력 요인이 될 것”이라면서 “자국의 수입 업체와 외채를 이용하는 기업이 환 위험 회피(헤지)를 효과적으로 해 위안화 평가절하로 초래될 수 있는 손실을 막아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