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금통위 주재 이주열 한은총재 “금리정책은 항공모함 운전처럼 어려워”

입력 2022-02-24 15:13 수정 2022-02-24 15:15
재임중 “과감하고 선제적인 통화정책 대응” 평가
최근 이재명 후보의 기축통화국 가능성 주장엔 “정치이슈화 돼 언급 부적절”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재임중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며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의결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제공>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주재했다. 그는 2014년 박근혜정부 당시 임명돼 첫 임기를 마친 뒤 문재인정부에서 재임 임명장을 받는 등 정권이 바뀐 상태에서 연임되는 첫 기록을 남겼다. 8년여 금통위를 이끌면서 빠르게 변하는 경제 상황에 비교적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은 최장수 근무(43년)기록 보유자라는 관록이 보여주듯 이 총재는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미·중 무역분쟁,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경제 상황이 어려울 때 기준금리를 빠르게 낮추고, 경기 회복세가 확인되면 금리 인상을 주저하지 않았다.

이 총재는 이날 유투브를 통해 비대면으로 진행된 기자설명회에서 기자들로부터 미리 받은 질문 가운데 마지막 금통위 주재에 대한 소회를 묻는 마지막 질문에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직도 퇴임하려면 한달 이상 남았는데 벌써 내치려 한다는 서운함이 담긴 표정이었다.

이 총재는 “이 얘기는 나중에 하려했는데 오늘은 간략하게 답변하겠다”며 금리정책에 대해 운을 뗐다. 그는 “금리정책은 무딘칼이라든가 항공모함에 비유한다”면서 그 이유로 통화정책 방향을 트는 게 대단히 힘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방향을 틀 때는 신중해야 하는데 한번 틀었다가 되돌리는 게 바로 안된다며 따라서 올렸다 내렸다 하는 일을 단기 시야에서 볼게 아니고 1년 이상 앞으로 내다보고 운용해야 하므로 태생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 총재는 그 이유로 “앞을 보고해야 하는데 이것이 과연 이대로 될지, 또 금리라고 하는 것이 경제 모든 부분에 무차별적 영향을 주기에 기대효과도 있으나 이에 다른 치러야 할 대가도 있기 때문”이라고 고충을 밝혔다.

그는 금리 동결에 대한 세간의 선입견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이 총재는 “어떤 분들은 금리를 동결하면 일을 안하는 것처럼 말씀하는데 동결도 제약요인이나 기대효과, 부작용 등이 다 수반되므로 (인상이나 인하처럼) 똑같이 고민하는 중요한 의사결정”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가 이끌어온 금통위는 지난 8년 동안 기준금리를 9차례 인하하고, 5차례 인상했다. 이 총재 임기 중 기준금리는 최고 2.50%, 최저 0.50% 사이에서 오르내렸다.

이 총재는 임기중 통화정책과 관련한 공과에 대해 묻자 “통화정책에 대한 평가는 조금 시간이 지나야 가능할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대통령선거가 겹치는데다 후임 총재가 정해지기까지 통화정책에 공백이 생길 우려에 대해서는 “작금의 국내외 경제 금융상황을 비춰 보면 총재 공백이 최소화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러나 합의제 의결기구인 금통위가 자율적이고 중립적으로 경제 금융상황 등을 고려해 정책을 운용할 것이므로 통화정책이 멈추거나 실기하는 것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답했다.

최근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이슈로 떠오른 우리나라의 기축통화국 진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치이슈화됐다며 무시전략을 구사했다.
이 총재는 “우리가 기축통화국 대열로 진입할 가능성이 있겠느냐는 것은 사실상 이미 정치 이슈가 돼 버렸다”며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제가 이 자리에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축통화국이 될 수 있는 한국인 만큼 국가 채무 비율이 100%까지 치솟아도 괜찮다’라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주장에 대한 의견을 묻는 말에도 “아무리 경제적인 측면에 입각해 설명한다고 하더라도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나타낼 수 있어 답변하기에 적절치 않다”며 답하지 않았다.

다만 원화의 국제경쟁력 확보에 대한 원론적인 입장이라고 밝힌 부분에서 일말의 답을 찾을 수도 있을 듯하다.
그는 “원화가 대외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무엇보다도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튼튼해야 한다”며 “또한 인프라 확충과 제도적 기반을 갖추는 게 다 수반이 돼야만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해야만 국제 결제에 있어서 원화가 널리 활용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