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선 이후 광범위한 정치개혁을 통해 ‘다당제 연합정치’를 구현하겠다고 24일 공언했다. 그러면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등 제3지대 대선 후보들을 향해 공동 추진을 제안했다. 정치개혁을 내세워 ‘민심 단일화’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송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통합을 위한 정치개혁안’을 발표했다. 개혁안은 이재명 대선 후보와 민주당이 공동으로 마련했다.
송 대표는 “3월 9일은 다당제 연합정치를 보장하는 ‘국민통합 정치’의 첫 번째 날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당제 연합정치 구현을 위한 세부 계획을 나열했다.
먼저 개헌을 통해 대통령 4년 중임제와 대선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언했다. 송 대표는 “중장기적, 국민통합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권력 구조를 민주화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선거제도 개혁을 약속했다. 송 대표는 “국회의원 선거에 위성정당을 방지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지방선거에는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해 다양한 민심이 반영되는 선거제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승자독식 선거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해 실질적인 다당제를 구현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 이 후보가 공언한 ‘국민통합 정부’를 실천하기 위해 ‘국무총리 국회추천제’를 도입하고 ‘국민 내각’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여야 협의로 국무총리를 추천하고 총리의 인사제청 절차를 법률로 제도화하겠다”며 “진영을 넘어 최선의 인물로 국민 내각을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정치개혁안의 실천을 담보하기 위해 대선 직후 국회에 ‘국민통합을 위한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특위에서 시급한 입법을 우선 추진하고 새 정부 출범 6개월 이내 선거제도 개혁, 1년 안에 개헌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송 대표는 정치개혁안의 수정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는 “민주당이 국민통합 정치를 먼저 제안하지만, 우리 당의 제안만을 고집하지는 않겠다”며 “다수 정당, 여러 후보가 함께 토론하며 지혜를 모은다면 분명 더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국정기본계획을 수립하는 ‘여야정 정책협력위원회’, 여야 대표가 참여하는 ‘초당적 국가안보회의’, 양극화 극복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위원회’ 구상도 밝혔다.
이 후보도 정치개혁을 기치로 제3지대 후보들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이 후보는 이날 BBS 라디오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제외하고 진짜 국민의 삶을 개선하자는 모든 정치세력이 가능한 범위에서 협력하는 길을 찾자”고 제안했다.
이어 “이 단계에서 정치개혁이라는 공통 공약 합의라도 하면 좋겠다. 협력 가능한 모두에게 드리는 말씀”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에 대해서는 “두 분 말씀과 정치교체, 연합정부의 필요성에 거의 다른 점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윤 후보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이 후보는 “유세나 말씀, 행동을 보면 무서울 정도로 구태스럽고 이분법적이고 난폭하고 일관성도 없다”며 “이런 분과 같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이같이 일제히 정치개혁을 외치고 나선 데는 자력으로 대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이 후보는 대선 판세와 관련해 “혼자서는 이기기 어려운 상황이지 않나”라며 “어느 쪽도 혼자서 이기기 어려운 이런 상황을 대한민국 정치교체의 기회로 만들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국민의당 등 제3지대에서 다당제를 지향하는 지지세력을 일부라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와 안 후보 간의 단일화 불씨가 살아나지 못하도록 선수를 치는 의미도 담겨 있다. 민주당이 단일화 이슈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것이다.
또 윤 후보 측과 안 후보 측이 단일화 결렬 선언 이후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는 모습과 대비되는 효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다.
다만 대선을 불과 13일 앞두고 정치개혁안을 내놓은 것이어서 ‘선거용 공수표’ 아니냐는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후보도 “물론 선거와 전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면서 “그러나 이런 애매한 상황이 오히려 (정치개혁의) 기회라고 본다”고 말했다.
송 대표도 개혁안 발표 후 ‘왜 선거를 코앞에 둔 지금에서야 추진하느냐’는 지적을 수차례 받았다. 송 대표는 “과거에는 제가 당대표가 아니라 추진할 수 없었다”며 “또 대선이라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지금이 개혁 공론화의 적기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안 후보와 심 후보는 이같은 러브콜에 대해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안 후보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송 대표의 정치개혁 제안에 관해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송 대표의 발표 내용을 소개하자 안 후보는 “그렇게 소신이 있으면 그렇게 실행을 하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심 후보는 민주당의 진정성을 문제 삼았다.
심 후보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송 대표의 제안을 두고 “민주당이 그동안 계속 이야기했지만 뒤집었던 게 문제”라며 “선거와 연동해서 하지 말고 진정성 있게 이행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