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분의 아이들 세상]따돌림을 당하는 아이

입력 2022-02-24 11:04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 S는 친구 관계 때문에 괴롭다. 친구들이 무시하며, 대화에 끼워주질 않는다. 때로는 놀리며 괴롭히기도 하니 개학 즈음이 다가오면 눈을 깜빡거리는 틱도 심해졌다. 그리고 배가 아프다거나 머리가 지끈거린다고 한다. 개학 조금 지나면 전학을 시켜달라고 하며 학교를 안가려 하고 집에서 심하게 짜증을 낸다. 이런 일이 매 학년 반복이 된다. S는 유치원 시기나 초등학교 1학년까지는 아이큐가 높아서 영재교육을 받고 주변의 부러움을 샀었다. 하지만 차츰 성적도 떨어져서 지금은 평범한 수준이다. 아이는 점점 자신감도 잃고 우울해졌다.

S와 대화를 해보니 눈을 맞추지 못하고, 이야기를 하고는 있으나 감정이 교류 된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딴 생각에 빠져 있는 아이처럼 보였다. 검사 상 S는 과잉행동이나 충동성이 없는데도 주의력, 집중력이 많이 떨어지는 아이였다. 이런 문제는 눈에 두드러지지 않아 선생님들이나 부모가 주의력이 떨어진다는 걸 눈치채지 못해 S처럼 대인관계의 문제, 학습문제가 불거졌을 때에야 비로소 병원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아이들은 딴 생각을 하면서 자기는 잘 듣고 있다고 착각을 한다. 일반적으로 대화는 언어적으로 주고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눈빛이나 표정을 통해 주고 받는 감정의 교류가 더 중요 할 때가 많다. 친구가 이야기를 하는데 눈을 마주치지 않고 딴 곳을 바라보고 있다면 상대가 어떤 감정을 가질까? 자신에게 관심이 없다거나 무성의 하다고 받아들일 가능성이 많다. 친구들이 서운해 하고 대화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될 수 있다. 또 S와 같은 아이들은 자신이 관심이 있는 영역에만 과몰입하는 경우가 많아 대화의 내용이 자신의 흥미나 관심사가 아니면 대화에 집중을 못하고 멍 때리고 딴청, 딴 짓을 하기도 한다.

이럴 때 상대는 배려가 없다고 생각하거나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오해하게 되며 친구관계가 소원해진다. 여러 명이 모여서 대화를 할 때도 딴 생각을 하다가 맥락을 놓치고 뜬금없는 엉뚱한 말을 하기도 한다. 친구들 사이에서 ‘사차원 같다’는 평가를 받게 되고, 집중을 못하니 대화 내용을 이해못해 공개적으로 ‘무슨 말인데?’ ‘뭔대?’하고 묻는다면 아이들이 귀찮아하고 대화하기를 기피하거나 심지어 ‘좀 빠져 줄래?’ 라는 말을 듣고 상처를 받고, 차츰 S와 같이 따돌림을 받게 된다. 또래 관계를 맺지 못하는 아이들 중에 이런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까? 먼저 아이에게 대화할 때는 상대방의 얘기를 귀담아 들으면서 시선을 맞춰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연습시켜 주어야 한다. 눈을 보기가 쑥스럽다면 미간과 코 사이를 보아도 좋고, 너무 빤히 보는 것보다는 시선을 맞추었다가 다른 곳을 보았다가 번갈아 해보라고 한다. 상대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고 있다는 표시로 고개를 끄덕여 주거나 추임새를 넣으며 듣도록 해보자. 집에서 가족 끼리 대화 중 에도 연습을 해보자. 또 노력을 하더라도 친구의 이야기를 잠시 놓칠 수가 있는데 상대의 마음이 상하지 않게끔 대처하는 임기응변도 마련해 본다.

예를 들어 친구가 슬픈 표정이면 ‘마음이 안좋겠구나’ ‘힘든 이야기일 텐데 해 줘서 고마워’ ‘내가 뭘 도와줄까?’라든가, 만약 친구가 기뻐하고 있다면 ‘와, 잘 됐네’ ‘좋았겠다’ 등등의 말을 할 수 있게 준비시켜 주면 좋다. 여럿이 대화에서 흐름을 놓쳤다면 엉뚱한 말을 해 분위기를 망치기보다는 차분하게 침묵을 지키는 편이 낫다는 것도 알려 주자. 중요한 내용이라서 꼭 알아야 하다면 공개적으로 질문하기 보다는 여러 명 중 비교적 친한 아이에게 살짝 물어보는 편이 좋다는 것도 귀뜸해 주자. 그리고 근본적으로 부주의하고 집중하지 못하는 면은 생물학적으로 타고난 측면이 있어서 늦기 전에 전문가의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