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安과 단일화 이미 끝나…尹, 착각하지 않았나”

입력 2022-02-24 09:38 수정 2022-02-24 10:54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다리소극장에서 열린 자신의 저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 출간 기념 청년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대통령 되려면 전력을 쏟아부어야 하는데, 착각을 하지 않았나 싶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24일 지지부진한 야권 단일화 상황을 두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이같이 쓴소리를 했다. 김 전 위원장은 “단일화가 이미 끝난 상태”라며 “더 이상 이뤄지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앞선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단일화 결렬 선언을 두고 “발표를 유심히 쳐다보고 행간을 읽어보면 단일화는 이미 끝난 상태로 본다”고 발언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2일 오전 충남 당진시 당진전통시장에서 열린 '서해안시대 거점도시 당진의 선택은 윤석열!'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윤 후보가 안 후보의 오퍼(여론조사 국민경선 제안)를 받지 않을 때는 이대로 가도 된다는 확신 있어서 받지 않았을 것”이라며 “단일화 의지가 있으면 윤 후보가 굉장히 여론조사 지지도 앞서는데 뭐가 두려워 못 받겠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맞다 틀리다, 개인적으로 할 수 없는데 본인이 자신 있으니까 받지 않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아울러 야권 단일화를 하지 못한 경우 패배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과거 2002년 대선을 생각하면 냉정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그때도 한나라당 후보가 거의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노무현 후보에게 패했다. 선거 판세를 보는 사람이 냉정하게 읽어야 하는데 자기 의지로 판단하는 착오를 저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왼쪽)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 미디어센터 공개홀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서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까지 남은 2주 동안 단일화 재추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봤다. 김 전 위원장은 “사실 안 후보의 이야기는 시간적으로 이젠 단일화할 방법이 없다고 그러지 않았느냐”고 했다. 윤 후보와 안 후보가 전격 회동을 통해 단일화할 가능성에도 “담판 가지고서 단일화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본다”며 회의적 입장을 드러냈다.

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이 전날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단일화 접촉 과정의 물밑 대화를 폭로한 것에는 “나중에 서로 책임전가를 하기 위해 감정싸움을 하는 것”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그는 “담판 가지고 단일화는 1963년 윤보선, 허정이 담판했는데 내가 12시간 관찰했다. 절대로 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2일 인천시 남동구 로데오거리광장에서 열린 인천 집중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안 후보 측과 연대를 시도하는 것에는 “장래를 위해 좋은 일”이라며 후하게 평가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 후보가 통합정부론을 내세우고 자기는 대통령이 되면 모든 정파와 연합해 국가과제를 해결한다는 선언을 했고 거기에 맞춰 민주당이 그런 방향으로 방향을 설정하지 않았나 본다”면서 “그게 진실이라면 이 후보가 된다는 전제하에서 얘기하지만 장래를 위해 좋은 일이라고 본다. 우리 현실에서 통합정부가 되지 않고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남은 기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누가 와서 물어보면 내가 조언을 해 줄 수는 있어도 내가 특별히 나 스스로가 누구를 돕거나 그러지는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양당 후보가 당선됐을 경우에 대한 전망도 각각 내놨다. 김 전 위원장은 “이 후보의 경우에는 당선이 되면 자기네가 국회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너무나 또 오만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그 오만성이 발동되면 그 정부도 성공하지 못한다. 통합정부를 얘기했으면 꼭 실천할 수 있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윤 후보가 당선된 경우에 대해서는 “가장 문제가 뭐냐 하면 정부를 구성하는데 이게 순조롭게 되겠느냐”며 국회의 ‘여대야소’ 상황을 언급했다.

김 전 위원장은 끝으로 “우리가 처한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고 하면 그동안에 결심을 못 한 것을 결심해야 된다”며 “국회가 전적으로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통합정부를 하지 않고서는 다음 국가를 이끌어나가기 굉장히 어렵다”며 통합정부론을 거듭 강조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