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칠백슬라’… 머스크도 일조한 하락 [3분 미국주식]

입력 2022-02-24 09:33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와 우주항공 기업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2020년 3월 9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인공위성 학술회의·전시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가 ‘칠백슬라’로 돌아갔다. 한때 ‘천이백슬라’를 외쳤던 테슬라의 위상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긴장,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다음달 금리 인상 예고와 더불어 바이든 행정부와 대립해온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오너 리스크’까지 맞물려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위험에 연일 민감하게 반응하는 미국 뉴욕 증권시장은 24일(한국시간)에도 하락장으로 마감됐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1.38%,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1.84%씩 밀렸다. 나스닥종합지수는 전 거래일 종가보다 344.03포인트(2.57%) 떨어진 1만3037.49를 가리켰다. 1만3000선이 위태하다.

1. 테슬라 [TSLA]

테슬라는 나스닥에서 전 거래일 종가(821.53달러)보다 7%(57.49달러) 급락한 764.04달러에 마감됐다. 올해 최고점은 지난달 5일 도달한 1208달러. 고점과 비교한 올해 낙폭은 36.75%다.

코로나19 대유행에서 지난해까지 나스닥의 강세를 이끌며 시가총액 ‘1조 달러 클럽’에 가입했던 테슬라의 고공행진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테슬라의 시총은 7896억 달러까지 줄었다. 1조 달러에서 멀어진 지 오래다. 시총 1조 달러를 넘긴 기업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닷컴뿐이다.

연일 치솟는 물가상승률, 시장의 유동성을 줄이는 연준의 강력한 긴축 기조, 자원 수급에 악영향을 미치는 우크라이나 동부의 지정학적 위기에서 테슬라도 힘을 받지 못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조롱하는 머스크 CEO의 돌발 행동 주가 하락의 악재로 꼽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전기차 기업 대표 회담에 머스크 CEO를 초대하지 않았다. 테슬라가 전미자동차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머스크 CEO의 기행을 우려했다는 백악관 내부 의견도 미국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머스크 CEO는 이후 바이든 대통령을 ‘조는 조(sleepy Joe)’나 ‘젖은 양말로 만든 꼭두각시 인형’이라고 조롱하며 비난을 퍼부었다. 제3차 세계대전 위기까지 거론되는 미국과 러시아의 대치 국면에서 행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머스크 CEO의 말과 트윗은 테슬라에 대한 투자심리를 약화하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2. 리비안 오토모티브 [RIVN]

나스닥에서 이날 급락한 건 테슬라만이 아니다. 전기차 섹터 전반에서 큰 하락장이 나타났다. 한때 ‘테슬라의 대항마’로 거론됐던 전기 픽업트럭 기업 리비안 오토모티브도 하락장에서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리비안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7.79%(4.86달러) 떨어진 57.53달러에 마감됐다. 지난해 11월 나스닥에 상장된 뒤 한때 179.46달러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이제 ‘3분의 1 토막’ 수준까지 내려갔다.

리비안은 50억 달러를 들여 미국 조지아주에서 추진하는 제2공장 건설 계획이 인근 주민의 반대에 부딪혀 있다. 성장 가능성을 실적으로 증명한 적이 없는 리비안은 뉴욕증시의 하락장에서 돌출하는 여러 악재를 극복하지 못하고 주가 하락을 거듭해왔다.

3. 버진 갤럭틱 홀딩스 [SPCE]

미국 항공우주 기업 버진 갤럭틱 홀딩스는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3.45%(0.27달러) 오른 8.09달러에 장을 완주했다. 지난해 4분기 주당순손실이 0.31달러로 월스트리트 전망치(0.34달러)보다 적었고, 올해 4분기 안에 우주선 상업 서비스를 출범할 계획을 밝히면서 주가를 끌어올렸다. 버진 갤럭틱은 지난주부터 45만 달러짜리 우주 왕복 여행권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하루 3분이면 충분한 월스트리트 산책. [3분 미국주식]은 서학 개미의 시선으로 뉴욕 증권시장을 관찰합니다. 차트와 캔들이 알려주지 않는 상승과 하락의 원인을 추적하고, 하룻밤 사이에 주목을 받은 종목들을 소개합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