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소영 “‘애마부인’ 말타는 촬영후 하혈…감독과 원수돼”

입력 2022-02-24 08:38 수정 2022-02-24 10:13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 방송화면 캡처. KBS 2TV 제공

배우 안소영(63)이 자신의 대표작 ‘애마부인’ 촬영 당시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놨다.

안소영은 23일 방송된 KBS 2TV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 시즌3’에 출연해 “어릴 때부터 이미지가 잘못된 것 같다. 사람들이 날 되게 야하게 본다. 그렇게 생겼나 보다. ‘애마부인’ 전에 학교 다닐 때부터 그랬다”고 운을 뗐다.

안소영은 ‘애마부인’ 촬영 이후 섹시 이미지가 굳어버려 다른 연기를 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감독들이 나한테 ‘애마부인’ 이후로 손 못 댄다고 선언했다. 심적으로 힘들었다”며 “사람들이 지금 이 나이가 됐어도 나를 애마부인으로만 본다. 배우 안소영으로 보는 게 아니다”라고 고백했다.

‘애마부인’은 안소영을 일약 스타덤에 올려놨다. 안소영은 “‘애마부인’ 1편은 원작이 있다. 그 당시 ‘엠마뉴엘 부인’이라는 영화가 유명했는데 감독이 그 영화를 모티브로 해서 ‘한국판 엠마뉴엘 부인’처럼 된 것”이라며 “사실 시사회 때 실망을 많이 했다. 이 영화가 성공할 거라 생각 못 했다. 그래서 영화 개봉했을 때 해외여행을 갔다. 근데 해외에서 사람들이 날 알아보더라”고 회상했다.

‘애마부인’에 대한 기사가 중동 신문에까지 날 정도였단다. 안소영은 “감독님이 날 완전 한국판 섹시 배우로 만들어놨다”면서 “‘애마부인’을 찍으면서 감독과 얼굴을 한 번도 맞댄 적이 없었다. 배우가 시나리오를 보고 작품을 하는데 현장에 가면 시나리오에 없던 장면이 콘티에 있더라. 자꾸 이상한 걸 요구하니까 감독과 원수가 됐다. 모든 촬영은 조감독과 소통하고, 감독과 영화 끝날 때까지 원수 같이 지냈다”고 털어놨다.

그는 “‘애마부인’을 촬영하면서 무려 세 번이나 죽을 뻔했다”고 고백했다. ‘올 누드’ 상태로 말을 타는 장면을 찍는 데 안장도 없이 타라는 감독의 주문을 받았다. 안소영은 “그거 찍고 나서 하혈을 많이 했다. ‘나 애 못 낳으면 책임져라’라고 하기도 했다”며 “추운 날 비 맞는 장면을 촬영하던 중 물이 얼어서 떨어지는 바람에 몸에 상처가 나고, 온몸이 얼어 기절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 방송화면 캡처. KBS 2TV 제공

촬영 중 차가 물속에 빠지는 사고도 당했다. 당시 초보운전이었던 안소영은 비포장 길을 시속 100㎞로 달리라는 감독의 지시에 운전을 하다가 지나가는 사람을 보고 겁이 나서 핸들을 꺾는 바람에 차가 팔당호에 떨어졌다. 그는 “잠시 정신을 잃었다가 갑자기 ‘하늘이 아직 날 죽게 하지는 않아’하고 고개를 들었는데 눈 뜨니까 물 속이었다. 사람들이 날 찾고 난리가 났었다”고 돌이켰다.

얘기를 듣던 박원숙이 “앞으로 뭐든지 다 이겨낼 수 있겠다”고 위로하자 안소영은 “이겨내고 싶지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박원숙은 “그 마음 안다. 나도 ‘이겨내게 해주세요’ 기도하다가 ‘나 이길 힘 주지 말라’고 한 적이 있다”고 공감했다.

안소영은 ‘애마부인’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을 전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꿈이 배우였고, 배우이고 싶어 하는 사람인데 하나의 이미지로 부각되다 보니까 다양한 걸 해보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내가 원했던 배우가 됐다면 그런 마음이 없을 거 같은데 그걸 해보지 못해서 이렇게 죽는다면 너무 억울할 거 같다”고 했다.

싱글맘으로 아들을 키워온 안소영은 이혼남이라고 속이고 접근한 유부남과 사이에서 아이가 생겼다고 고백했다. 그는 “아이는 포기할 수 없어서 혼자 낳기로 결심했다. 안소영이라는 이름은 지우고 엄마로서 열심히 살기 위해 미국으로 갔었다”고 회상했다. 이날 방송에 출연해 위안을 얻었다는 안소영은 “아픈 시간은 뒤로 훌훌 날려 버리고 나에게도 봄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