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러軍 돈바스 진입”… 전투부대 국경 5㎞까지 근접

입력 2022-02-24 08:11 수정 2022-02-24 09:57

러시아군 추가 병력이 최근 독립을 선언한 우크라이나 분쟁지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미 국방부가 밝혔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국경 주변의 러시아 병력 80%가 진격 태세를 갖춘 것으로 파악했다. 이런 가운데 DPR, LPR 지도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군 격퇴 지원을 요청했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23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러시아군이 추가로 우크라이나의 도네츠크, 루간스크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두 지역으로 이동한 러시아군 숫자나 태세가 무엇인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할 수는 없지만, 러시아군이 진입하고 있다고 확실히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러시아 병력이 계속해서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 더 가까이 모이고, 군사 행동을 수행할 준비 태세에서 진전된 단계로 진입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CNN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라트비아 크리스야니스 카린스 총리와 미 정보당국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진입을 보도했다. 카린스 총리는 CNN에 “정보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추가 병력과 탱크를 돈바스 점령 지역으로 이동시키고 있다”며 “주권국가인 이웃 영토로 건너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전면전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커졌다.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오전 비공개 브리핑에서 “15만 명 이상의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러시아, 벨라루스 접경지대에 배치돼 있다. 명령만 받으면 전면적으로 침공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를 마쳤다”고 평가했다.

이 당국자에 따르면 러시아군 80%는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불과 5∼50㎞ 이내에 배치됐다. 미국은 자체 정보와 위성사진 등 시각 증거 등을 토대로 이 같은 분석을 내렸다고 전했다.

고위 당국자는 “러시아가 거의 100%의 군대를 침공에 필요한 위치로 옮겼다”며 “침공할지 안 할지는 정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달렸다. 이제 언제라도 침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오늘이 그날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민간 위성업체 막사르 테크놀러지는 이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국경 16㎞(10마일) 위치까지 근접한 새로운 사진을 공개했다. CNN은 “대부분의 군대와 장비가 현장에 배치됐다. 우크라이나 북동부 주도 하르키프 시에서 불과 80㎞(50마일) 근처에도 전투 병력이 있다”고 보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데니스 푸쉴린 DPR 지도자, 레오니트 파세치니크 LPR 지도자가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군 침략을 격퇴하도록 지원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말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현재 상황에서 민간인 희생과 인도적 재난을 막기 위해 두 공화국 수장들은 푸틴 대통령에게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 제3조와 4조에 따라 우크라이나군의 침략 격퇴를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면 요청은 푸틴 대통령에게 전달됐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기자들에게 “지금 당장 군대가 돈바스로 가는 건 아니다. DPR과 LPR 요청이 있으면 군사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가디언은 “많은 전문가가 이러한 움직임을 러시아 침공의 마지막 구실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