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 지목된 대법관 “조사하라”…혐의점 못 찾은 檢 ‘당혹’

입력 2022-02-24 07:29 수정 2022-02-24 10:07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관련 녹취록 속에 등장하는 '그분'으로 지목된 조재연 대법관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이날 조 대법관은 '그분'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연합뉴스

“저와 관련된 일에 한해서는 검찰이 봤을 때 필요하다면 즉시 불러 달라.”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에서 ‘그분’으로 지목된 조재연 대법관이 23일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조사를 자청했다. 현직 대법관이 대선을 앞두고 이처럼 언론 노출을 자청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의혹이 사실무근임을 강조하기 위해 초강수를 둔 셈이다. 정작 검찰에서는 조 대법관 관련 의혹에 뚜렷한 혐의점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 대법관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구속 기소)씨와는 일면식도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또 자신의 딸이 김씨 소유 판교 타운하우스나 경기도 수원 소재 아파트에 거주했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주민등록등본 등 실제 거주지 입증에 필요한 자료가 있으면 모두 제출하겠다고 했다.

조 대법관은 검찰에서 관련 의혹으로 서면 등 직간접적 방법으로 조사 요청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항변했다. 그는 “지금까지 반년간 검찰로부터 단 한 번의 연락이나 문의, 조사 요청도 받은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의혹이 사실무근이라는 점을 강조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의혹은 대장동 의혹으로 기소된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에서 “저분은 재판에서 처장을 했었고, 처장이 재판부에 넣는 게 없거든. 그분이 다 해서 내가 원래 50억(원)을 만들어서 빌라를 사드리겠습니다”라고 김씨가 언급한 부분이 지난 18일 한국일보 보도로 공개되면서 불거졌다. 이 녹취는 2021년 2월 4일자로 알려졌다.

여기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21일 생중계된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대장동 화천대유 관련해서 지금 그분, 그분이 조재연 대법관이라는 것이 확인이 돼서 보도가 나오고 있다”며 조 대법관의 실명을 언급하면서 논란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그분’이라는 의혹에 시달리던 이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대장동 의혹’ 공방을 벌이던 중 나온 발언이었다.

이에 조 대법관은 기자회견에서 “지난 21일 대선 후보자가 전 국민이 보고 계시는 대선 토론 생중계에서 현직 대법관의 성명을 거론했는데 제 기억으로는 일찍이 유례가 없는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며 이 후보에 대한 유감을 드러냈다.

앞서 검찰은 이미 녹취록 속 ‘그분’이 사실상 이 후보가 아니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은 “(녹취에) ‘그분’ 표현이 한 군데 있지만 정치인 그분을 이야기하는 부분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이 지검장은 ‘그분’의 정체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김씨 등 관련자를 조사하면서 조 대법관을 둘러싼 의혹을 조사했지만 뚜렷한 혐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대법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논란을 종식시키는데 검찰도 일정한 부분 제 역할을 해 달라”며 강경한 모습을 보였다.

앞서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지난 21일 조 대법관 등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를 대장동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에 배당했다. 검찰은 필요한 부분에 대해 계속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