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개막 후 11연승에 성공했지만, ‘페이커’ 이상혁은 “절대 방심하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상혁의 소속팀 T1은 23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담원 기아와의 ‘2022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시즌 정규 리그 2라운드 경기에서 2대 0 완승을 거뒀다. 11승0패(+17)로 단독 선두 자리를 지켰다.
이제 막 시즌 반환점을 돈 시점에서 가장 먼저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었다. 지난해 서머 시즌 결승전,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4강전에서 담원 기아에 연달아 패배했던 아픔도 설욕했다. 그러나 베테랑 미드라이너는 들뜨지 않았다. 경기 후 국민일보와 만난 이상혁은 도리어 “자만하지 않아야 한다”고 딱 잘라 말했다.
-담원 기아와 여러 차례 맞붙었다. 이 선수가 오늘 염두에 두고 플레이한 상대의 특징은 무엇이었나.
“팀마다 각기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다. 담원 기아는 미드 포탑과 협곡의 전령 중요도를 높게 보는 팀이다. 그 점에 유의하며 게임을 풀어나갔다. 게임이 중반부에 접어들면 상대가 미드에 많은 움직임을 투자할 거로 예상했다.”
-T1이 ‘위닝 멘탈리티’를 장착했단 분석도 나온다. 언제부터 팀이 이런 자신감을 갖게 됐나.
“지금처럼 좋은 결과를 만들면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된다. 승리를 거듭하다 보니 ‘다음 경기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팀원들이 가진 자기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다. 뛰어난 실력이 근거 있는 자신감을 만든다.”
-이 선수는 언제 위닝 멘탈리티를 장착했나.
“정확히는 ‘우리가 이길 거다’가 아닌, ‘이렇게 하면 우리가 이길 거다’라는 생각을 늘 한다.”
-조금 더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한다.
“나는 게임 내에서 항상 다음 계획을 생각하는 습관이 있다.”
-본인만이 보는 ‘이기는 방법’의 선명도(鮮明度)는 데뷔 후 항상 같았나.
“이기는 방법은 항상 보인다. 나와 팀원들이 그 방향성을 100%, 120% 소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예를 들어 ‘중후반에 강한 빅토르가 있으니까 지금은 조금 수비적으로 플레이해야 한다’는 플랜을 짰다고 가정해보자. 나와 팀원들이 그 계획을 얼마나 잘 소화하느냐가 관건이지, 그 계획 자체가 틀린 적은 없었다.”
-작년부터 라인전 능력이 눈에 띄게 발전한 듯하다. 깨달음을 얻은 바가 있었나.
“작년에 우여곡절이 많았던 만큼 배운 점도 많았다. 게임과 관련해 팀원, 코치들과 자주 토론하면서 여러모로 배웠고, 많이 발전할 수 있었다. 라인전 같은 경우엔 다른 선수들의 플레이를 분석하면서 여러 가지를 익혔다. 또한 스스로 라인전 개념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다 보니 이전과는 다른 메커니즘으로 플레이하게 됐다.”
-더 구체적인 예시는 영업비밀의 영역인가.
“그렇다.”
-T1이 우승하기 위해 넘어야 할 가장 큰 장애물은 무엇일까.
“자만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두 번째는 동기 부여다. 현재 좋은 결과를 내고 있지 않나. 이럴 때 동기 부여를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나 개인만 놓고 얘기해드리자면, 그간 늘 말씀드려왔던 것처럼 ‘최선의 결과를 내고 싶다’는 열망이 주된 동기 부여 요인이다. 스스로 발전하고 있다는 만족감을 얻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다.”
-‘데프트’ 김혁규가 최근 인터뷰에서 “10년 동안 경기를 치르며 어느 정도 만족한 게임은 있었지만, 피드백할 게 아예 없는 경기는 없었다”고 말한 게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다. 이 선수에게도 같은 질문을 하고 싶다. 그런 경기가 있었나.
“따지고 보면 크고 작은 실수는 하기 마련이다. 실수를 얼마나 최소화하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드리자면 당연히 저도 없었다. 다만 ‘데프트’ 선수와는 조금 다르게 접근하는 것이, ‘실수 없는 게임을 하고 싶다’보다는 ‘어떻게 하면 실수할 확률을 줄일까’에 관심이 있다.”
-이 선수는 어떻게 스트레스를 해소하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틈틈이 스트레칭이나 명상을 통해 푼다. 명상 중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래야 머리를 비우는 데 도움이 된다. 독서도 하고 있다. 요즘엔 ‘자기 관리론’이라는 서적을 읽고 있다.”
-오는 26일 한화생명e스포츠와 대결한다. 어떤 각오로 임할 것인가.
“팀이 연승을 이어나가고 있다. 연승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게 가장 우선적인 목표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있을 경기들에서도 절대 방심하지 않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겠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