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되며 투자자들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강한 변동성을 이겨낼 종목을 찾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쟁 위기에도 주가 방어가 가능할 종목으로는 정유와 조선, 리오프닝(경기재개)주 등이 꼽힌다. 일부 동학개미들은 증시가 출렁이는 틈을 타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번 달 들어 하루 평균 0.82% 등락률을 보이며 요동치고 있다. 러시아가 군에 우크라이나 진입 명령을 내린 22일 1.35% 급락했지만 전날 0.47% 반등하며 2700선을 겨우 지켰다. 미국 나스닥종합지수는 지난 1~22일(현지시간) 사이 6.7% 하락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우크라이나 분쟁 등으로 인한 변동성이 3월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부담이 경제를 짓누를 수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증시에 추가로 부담을 주지 않더라도 글로벌 긴축 기조는 여전히 투심을 옥죈다. 삼성·키움증권 등 증권사들은 코스피가 추가 하락할 수 있다며 2500~2600선을 하단으로 잡았다. 골드만삭스는 전쟁 위기가 고조될 경우 S&P500은 6.2%, 나스닥은 8.6% 잠재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물가와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비용 통제와 수익 창출이 안정적인 주식이 낙폭을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 개별 업종 가운데는 인플레이션 수혜 종목이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금융센터의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시장 반응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분쟁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은 원자재 가격 상승을 통한 인플레이션 압력 고조와 공급망 차질이다.
국제유가 급등과 원유 공급 차질 가능성을 고려하면 정유 기업주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삼성증권은 “지정학적 위기로 인한 국제유가 강세는 정유업에 긍정적”이라며 “유럽 지역 천연가스 부족이 심화되면 정유 제품으로 수요를 대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 업종도 우크라이나 지역 가스관 공급이 중단되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가 늘어나 수혜를 받을 수 있다.
지수 급락으로 주가가 오르지 못한 리오프닝주의 매력도 여전하다. 김병연·박인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이 되면) 리오프닝에 대한 기대는 더욱 가시화될 것”이라며 “과도한 공포심리로 동반 하락한 경기민감주는 차별화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분야에서 꾸준히 이익을 내는 가치주 업종도 담아볼 만하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운송, 은행, 소비재, 반도체 업종에 대해 “밸류에이션 부담이 적고 하방 경직성이 강하다”며 긍정적으로 봤다.
개인 투자자들은 우크라이나발 하락을 기회 삼아 코스피 추가 매수에 나서고 있다. 최근 3거래일간 개인은 9800억원 매입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5900억원, 4890억원 매도했다. 개인이 제일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삼성전자(3310억원)였고, LG화학(1830억원), 네이버(910억원), SK하이닉스(77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