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安 정치적 위상 보존 위해 합당 제안”

입력 2022-02-23 18:36 수정 2022-02-23 21:44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본부장이 밝힌 '합당 제안'과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논의 과정과 관련해 “누가 정치적으로 배려하고 우대하려 했는지는 백일하에 공개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6시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달 초 국민의당 모 인사가 ‘안 후보가 출마 포기와 윤석열 후보 지지 선언은 하되, 합당은 안 하겠다’는 문의를 해왔다”고 운을 뗐다. 이번 회견은 이날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이 이 대표가 안 후보 측에 사퇴를 종용하며 종로 국회의원 공천을 제안했다고 폭로한 데 대한 맞불 대응으로 진행됐다.

이 대표는 “합당이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해왔다. 단일화에 대해선 후보가 전권을 가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지만 합당은 당의 영역”이라며 “지방선거를 비롯해 앞으로 모든 공직선거에서 선거 때마다 정칙과 비전보다는 단일화라는 정치 공약이 계속 반복되는 것이 보수정당 미래에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안 대표 측의 의사 체계가 일원화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돼 이 본부장에게 직접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만났다”며 이 본부장에게 만남을 제안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 대표는 자신이 국민의당과의 합당에 찬성해왔고, 배려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명직 최고위원 자리까지 비워 놓으며, 합당 이후에도 국민의당 출신들이 공정하게 공천에 경쟁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또 ‘이 대표가 윤 후보 측근을 조심하라는 개인적 조언도 해줬다’는 이 본부장의 발언에 대해선 “우리 후보는 정치적 거래를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후보의 의중을 넘겨짚어서 말을 전달하는 사람을 조심하라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철저히 제 권한이 있는 사안에 대해서만 이 본부장에게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합당 이후에도 안 후보와 지난해 9월 합의했던 합당 협상안을 유지했다. 안 후보가 정치적으로 주목받고 예우받을 수 있도록 열정열차의 2일 차 종착지인 여수에서 (단일화 발표를) 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안 후보가 원한다면 후보에게만 그 기획이 공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도 전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합당하더라도 정치적 불이익은 전혀 없을 것이니 안심하고, 안 후보의 정치적 위상을 보장하기 위한 고민은 당차원에서 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공개됐으니 누가 정치적으로 배려하고 우대하려 했는지는 백일하에 공개된 것 같다”며 말을 마쳤다.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이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달 초 안철수 대선 후보의 사퇴를 조건으로 이준석 대표로부터 합당 제안을 받았다'는 내용의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 본부장은 이날 앞선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가 안 후보의 사퇴를 조건으로 합당을 제의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2월 초 이 대표와 비공개로 만난 자리에서 합당을 제안받았다”며 “안 후보가 깔끔하게 사퇴하고 합당하면, 선거 후 국민의당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특례조항을 만들어서 최고위원회 공천심사에 참여를 보장하겠다는 취지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기(이 대표)가 보기에 윤 후보는 인사 그립을 강하게 잡으려는 사람이고 총리를 노리는 사람이 많아 공동정부는 쉽지 않다고 얘기했다. 윤 후보 측근을 조심하라는 개인적 조언도 해줬다”고 전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