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도 대러 제재에 청와대 “가능성 열고 검토”…군사지원은 일축

입력 2022-02-23 18:35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 연설을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됐다며 러시아를 겨냥한 첫 제재를 발표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곳의 러시아 은행을 서방으로부터 전면 차단하는 등 서방에서의 자금 조달을 막겠다고 밝혔다. 발트해 연안 국가로 추가적인 미군 병력과 장비의 이동도 승인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동부 분리주의 지역 2곳의 독립을 승인하고 자국군 파병을 지시했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미국 주도의 대러시아 제재에 일본·호주·캐나다 등 동맹국이 속속 동참하면서 우리 정부도 가능성을 열고 검토하기 시작했다. 다만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이나 파병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3일 기자들과 만나 미국으로부터 대러시아 제재 동참 요구가 있었는지에 관한 질문에 “미국은 러시아에 대해 고강도의 수출통제, 금융제재 등의 계획을 계속 밝혀 왔고 우방국에도 이런 협의를 쭉 해오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우리도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미국 등 관련국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정세가 어떻게 전개될지 불확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여러 대비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각국의 대응 수준에 따라 우리의 대응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군사적 지원이나 파병은 (검토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는 북핵 문제를 둘러싼 한·러 관계와 러시아에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들에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 일각에선 정부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러시아와 정면으로 충돌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부가 직접적인 제재에 나서기보다는 러시아의 보복성 조치에 대비해 유럽에 액화천연가스(LNG)를 지원하거나 우크라이나에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고재남 유라시아정책연구원장은 “LNG는 우리도 당장 필요한 자원이기 때문에 최소 수준의 동참은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인도적 지원에 대해선 정부가 이미 적극 검토 입장을 밝힌 상태다.

정부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칠 악영향에도 대비하고 있다. 러시아가 침공을 감행할 경우 제재 수위별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비상계획을 마련한 상태다.

산업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에너지 수급과 관련해 정부는 유사시 다른 국가로부터 대체 물량을 확보하고 비축유를 방출한다는 방침이다. 천연가스의 경우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원전과 석탄 등 대체 원료 투입량을 늘리는 ‘전력 믹스’로 대응할 전망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산 수입 비중이 큰 밀과 옥수수 등도 공급망 악화에 따른 물가 상승 압박을 받을 수 있어 다른 나라에서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김영선 박세환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