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는 ‘대장동’ 비방전… 대선 레이스 ‘소용돌이’

입력 2022-02-23 18:3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3일 오후 충남 당진 어시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시민과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을 2주 앞두고 대장동 의혹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정영학 녹취록’을 근거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대장동 연루설을 제기하고 있다. 대장동 사건이 곧 ‘윤석열 게이트’라는 프레임도 들고 나왔다. ‘지지율 박빙 열세’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이 후보의 아킬레스건이던 대장동 이슈를 스스로 띄워 역공을 펴는 모양새다.

반면 윤 후보 측은 대장동 의혹 수사 과정에서 숨진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의 유족을 내세워 이 후보가 대장동 의혹의 배후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 후보는 23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장동 의혹에 대해 “윤 후보가 몸통이라고 100% 확신한다. 이건 검찰 게이트이자 윤석열 게이트”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가 대장동 사건을 윤석열 게이트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김은혜 공보단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처장 유족’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고 김문기 처장의 장남(왼쪽)이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후보는 “범죄 집단이 종잣돈을 마련하도록 수사해 놓고도 봐준 사람이 윤 후보다. 제일 큰 공헌을 했다”며 “아버지 집을 팔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또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녹취록을 언급하며 “‘윤석열은 내 카드 하나면 죽는다’ ‘영장 나오면 죽는다’ 등의 이야기를 했는데, 객관적으로 누가 의심받아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 후보는 그동안 대장동 이슈와 관련해 수세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아무리 해명해도 ‘이재명=대장동’이라는 부정적인 프레임만 굳어지게 되기 때문이었다. 그랬던 이 후보가 녹취록이 공개된 이후에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대장동을 거론하며 프레임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선대위 내부에선 이 후보가 대장동을 내세우는 게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한 선대위 관계자는 “윤 후보가 대장동과 연관이 있다 해도, 국민들은 이 후보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며 왜 대장동 사태를 막지 못했느냐고 생각한다”며 “정권심판론이 큰 상황에서 이 후보가 대장동과 관련이 없다는 사실 하나로 표를 얻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대장동 개발사업 실무자였던 김문기 처장의 아들 김모씨를 내세워 이 후보를 압박했다. 김 처장은 지난해 12월 대장동 사건 관련 검찰 수사를 받던 중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후보는 성남시장 재직 당시 김 처장을 몰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후보를 향해 “왜 아버지를 모른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김 처장이 과거 호주·뉴질랜드 출장 때 이 후보와 함께 찍은 사진도 공개했다. 김씨는 “아버지 발인 날 이 후보는 산타클로스 복장을 하고 나와 춤추는 모습도 보였다. 친할머니가 가슴을 치며 오열했다”며 “8년 동안 충성을 다한 아버지의 죽음 앞에 (이 후보는) 어떠한 애도의 뜻도 안 비쳤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대장동 의혹이 부각될수록 선거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이 후보에 대한 맞불 전략을 이어갈 방침이다.

박세환 구승은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