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2주 앞두고 대장동 의혹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정영학 녹취록’을 근거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대장동 연루설을 제기하고 있다. 대장동 사건이 곧 ‘윤석열 게이트’라는 프레임도 들고 나왔다. ‘지지율 박빙 열세’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이 후보의 아킬레스건이던 대장동 이슈를 스스로 띄워 역공을 펴는 모양새다.
반면 윤 후보 측은 대장동 의혹 수사 과정에서 숨진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의 유족을 내세워 이 후보가 대장동 의혹의 배후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 후보는 23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장동 의혹에 대해 “윤 후보가 몸통이라고 100% 확신한다. 이건 검찰 게이트이자 윤석열 게이트”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가 대장동 사건을 윤석열 게이트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이 후보는 “범죄 집단이 종잣돈을 마련하도록 수사해 놓고도 봐준 사람이 윤 후보다. 제일 큰 공헌을 했다”며 “아버지 집을 팔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또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녹취록을 언급하며 “‘윤석열은 내 카드 하나면 죽는다’ ‘영장 나오면 죽는다’ 등의 이야기를 했는데, 객관적으로 누가 의심받아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 후보는 그동안 대장동 이슈와 관련해 수세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아무리 해명해도 ‘이재명=대장동’이라는 부정적인 프레임만 굳어지게 되기 때문이었다. 그랬던 이 후보가 녹취록이 공개된 이후에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대장동을 거론하며 프레임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선대위 내부에선 이 후보가 대장동을 내세우는 게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한 선대위 관계자는 “윤 후보가 대장동과 연관이 있다 해도, 국민들은 이 후보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며 왜 대장동 사태를 막지 못했느냐고 생각한다”며 “정권심판론이 큰 상황에서 이 후보가 대장동과 관련이 없다는 사실 하나로 표를 얻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대장동 개발사업 실무자였던 김문기 처장의 아들 김모씨를 내세워 이 후보를 압박했다. 김 처장은 지난해 12월 대장동 사건 관련 검찰 수사를 받던 중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후보는 성남시장 재직 당시 김 처장을 몰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후보를 향해 “왜 아버지를 모른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김 처장이 과거 호주·뉴질랜드 출장 때 이 후보와 함께 찍은 사진도 공개했다. 김씨는 “아버지 발인 날 이 후보는 산타클로스 복장을 하고 나와 춤추는 모습도 보였다. 친할머니가 가슴을 치며 오열했다”며 “8년 동안 충성을 다한 아버지의 죽음 앞에 (이 후보는) 어떠한 애도의 뜻도 안 비쳤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대장동 의혹이 부각될수록 선거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이 후보에 대한 맞불 전략을 이어갈 방침이다.
박세환 구승은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