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2주 앞두고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가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은 23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사퇴를 전제로 합당을 제안한 적이 있다”고 폭로했다.
이 본부장은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이 대표가 “국민의당 안에 안 후보를 주저앉히겠다고 제안한 사람이 있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지금 즉시 그 사람이 누구인지 밝히라”고 요구했다.
앞서 이 대표는 MBC 라디오에서 “국민의당 관계자들이 우리 측 관계자에게 ‘안 후보를 접게 만들겠다’ 등 제안을 해온 것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 “안 후보가 저렇게(단일화 결렬 선언) 나오니까 당황한 듯 우리 쪽에 책임을 떠넘기려 하는 분들이 있다”며 “발언을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런 제안을 한 국민의당 인사들을 삼국지의 범강과 장달 등 배신자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러자 이 본부장은 안 후보가 단일화 제안을 하기 전인 이달 초 비공개 회동에서 이 대표가 제안한 내용들을 공개했다. 이 본부장은 “안 후보가 종로 보궐선거에 나가면 공천을 할 수 있고, 지방선거 때 부산시장 선거에 나가는 것도 안 후보의 정치를 위해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견해를 이 대표가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대표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인사권에 있어 그립감을 강하게 잡으려는 사람’이라고 했다”며 “국무총리직을 노리는 중진 의원들이 많기 때문에 안 후보가 생각하는 공동정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이 대표가 ‘윤 후보 측근을 조심하라’는 개인적인 조언도 했다”며 “이 대표가 조심해야 하는 이유를 이야기했는데, 그것은 공당의 대표임을 존중해서 밝히진 않겠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이 대표가 합당 시 국민의당의 의사를 대변할 수 있도록 최고위원회와 조직강화특별위원회, 공천심사위원회 참여를 보장하겠다고 제안한 사실도 공개했다. 또 국민의힘 유세 열차 출발일이었던 이달 11일 도착역인 여수역에서 윤 후보와 안 후보가 단일화를 선언하는 구상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이 대표의 제안을 감안하면 이 대표가 안 후보에게 지속적으로 정치 도의에 어긋나는 비난을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 대표의 본심이 무엇인지 알고자 한다”고 물었다. 또 “이 대표의 제안을 국민의당이 묵살한 것에 대한 감정적 반발인지, 이 대표의 이중플레이인지, 윤 후보와 이 대표 간에 ‘굿캅’ ‘배드캅’ 역할 분담을 하고 있는 것인지”라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같은 시각 경북 포항 구룡포시장에서 유세를 마친 안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이달 초 이 대표의 제안이 있었던 것을 알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몰랐다)”고 답했다. 윤 후보가 안 후보에게 단일화 논의를 위해 이번 주말 회동을 제안했다는 보도와 관련해선 “그럴 계획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가현 강보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