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이 합당 제안” 국민의당 폭로… 단일화 ‘흙탕물’

입력 2022-02-23 18:30
국민의당 이태규 총괄선대본부장이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달 초 안철수 대선 후보의 사퇴를 조건으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로부터 합당 제안을 받았다'는 내용의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공동취재단

대선을 2주 앞두고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가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은 23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사퇴를 전제로 합당을 제안한 적이 있다”고 폭로했다.

이 본부장은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이 대표가 “국민의당 안에 안 후보를 주저앉히겠다고 제안한 사람이 있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지금 즉시 그 사람이 누구인지 밝히라”고 요구했다.

앞서 이 대표는 MBC 라디오에서 “국민의당 관계자들이 우리 측 관계자에게 ‘안 후보를 접게 만들겠다’ 등 제안을 해온 것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 “안 후보가 저렇게(단일화 결렬 선언) 나오니까 당황한 듯 우리 쪽에 책임을 떠넘기려 하는 분들이 있다”며 “발언을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런 제안을 한 국민의당 인사들을 삼국지의 범강과 장달 등 배신자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러자 이 본부장은 안 후보가 단일화 제안을 하기 전인 이달 초 비공개 회동에서 이 대표가 제안한 내용들을 공개했다. 이 본부장은 “안 후보가 종로 보궐선거에 나가면 공천을 할 수 있고, 지방선거 때 부산시장 선거에 나가는 것도 안 후보의 정치를 위해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견해를 이 대표가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대표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인사권에 있어 그립감을 강하게 잡으려는 사람’이라고 했다”며 “국무총리직을 노리는 중진 의원들이 많기 때문에 안 후보가 생각하는 공동정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이 대표가 ‘윤 후보 측근을 조심하라’는 개인적인 조언도 했다”며 “이 대표가 조심해야 하는 이유를 이야기했는데, 그것은 공당의 대표임을 존중해서 밝히진 않겠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이 대표가 합당 시 국민의당의 의사를 대변할 수 있도록 최고위원회와 조직강화특별위원회, 공천심사위원회 참여를 보장하겠다고 제안한 사실도 공개했다. 또 국민의힘 유세 열차 출발일이었던 이달 11일 도착역인 여수역에서 윤 후보와 안 후보가 단일화를 선언하는 구상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이 대표의 제안을 감안하면 이 대표가 안 후보에게 지속적으로 정치 도의에 어긋나는 비난을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 대표의 본심이 무엇인지 알고자 한다”고 물었다. 또 “이 대표의 제안을 국민의당이 묵살한 것에 대한 감정적 반발인지, 이 대표의 이중플레이인지, 윤 후보와 이 대표 간에 ‘굿캅’ ‘배드캅’ 역할 분담을 하고 있는 것인지”라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같은 시각 경북 포항 구룡포시장에서 유세를 마친 안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이달 초 이 대표의 제안이 있었던 것을 알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몰랐다)”고 답했다. 윤 후보가 안 후보에게 단일화 논의를 위해 이번 주말 회동을 제안했다는 보도와 관련해선 “그럴 계획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가현 강보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