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주택시장이 이제 변곡점을 지나 추세적 하향안정 국면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특히 고가 아파트가 많은 서울 강남4구(서초·강남·송파·강동구)에서도 거래가가 평균 3억원 이상 하락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최근 강남권에서 초고가 아파트들의 신고가 갱신이 잇따랐던 점을 고려하면 정부의 하향안정 국면 진입 진단이 지나치게 자의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홍 부총리는 이날 부동산시장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2월 1일부터 20일까지 강남4구에서 계약, 신고된 실거래 계약을 보면 전체 16개 단지에서 전(前) 고가 대비 하락사례가 포착됐다. 전용면적 40㎡ 미만 초소형을 제외한 아파트 평균 하락 금액이 3억4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어 “강남4구 매매시장은 지난해 11월 실거래가가 8개월 만에 하락한 데 이어, 올해 2월 첫 주부터는 매매가격지수도 2주 연속 하락 중”이라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가 강남4구를 콕 집어 언급한 것은 이 지역이 수도권 다른 지역에 비해 수요가 높고 시세 상승을 견인해왔기 때문이다.
홍 부총리는 매매 시장과 관련해 “올해 들어 서울은 4주, 수도권은 3주, (서울) 강남4구는 2주 연속 매매가격지수가 하락하는 등 하향 안정세가 뚜렷하고 빠르게 확산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전세 시장에 대해서도 “서울의 전세수급지수가 2012년 한국부동산원 집계 이후 최장인 14주 연속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최근 다양한 지표는 주택시장이 이제 변곡점을 지나 추세적 하향안정 국면에 진입했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정부는 이런 주택가격 조정이 지속하도록 정책 기조를 일관되게 견지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정부 진단과 달리 부동산 시장에서는 최근 주택시장 침체는 정부의 고강도 대출규제와 대선을 앞둔 관망세가 겹친 데 따른 결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또 정부가 집값이 내려간 사례로 소개한 강남에서도 일부 초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신고가 형성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1일 신고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m²는 46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11월 45억원에 거래됐을 때에도 신고가 갱신 사례로 주목받았는데 넉 달 만에 또 새로운 기록을 깬 것이다. 앞서 지난달에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1차 아파트 전용 196m²가 이전 최고가였던 64억원보다 무려 16억원 높은 80억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