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 김진숙, 37년 만에 명예복직

입력 2022-02-23 17:01
HJ중공업 제공

해고노동자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37년 만에 명예복직과 퇴직을 하게 됐다.

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과 금속노조는 23일 HJ중공업 영도조선소에서 김 지도위원의 즉각적인 명예복직과 퇴직에 합의하고 서명식을 가졌다.

김 지도위원은 1981년 HJ중공업의 전신인 대한조선공사에 입사했다. 1986년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대공분실에 끌려가는 고초를 겪었고, 같은 해 강제적인 부서이동에 반발해 무단결근을 했다는 이유로 징계 해고됐다. 그는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관계기관에 중재를 요청하고 법적 소송 및 복직투쟁을 이어왔다.

37년의 세월을 복직투쟁에 쏟는 동안 김 지도위원의 복직시한(2020년 12월 말)이 지나가면서 법적으로 복직할 길은 막혔다. 한진중공업이 지난해 동부건설컨소시엄에 인수되며 HJ중공업으로 사명을 바꾸는 등 환경도 급변했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의 끈질긴 노력과 김 지도위원의 복직을 위해 투쟁해왔던 집행부가 재신임되면서 완고하던 노사 양측의 입장에 변화가 생겼다. 새 경영진은 “회사가 사명까지 바꾸고 새출발하는 만큼 해묵은 갈등을 털고 노사가 함께 재도약에 집중하자”고 판단했다고 한다. 금속노조 역시 김 지도위원이 명예롭게 복직해 퇴직할 수 있는 시점이 지금이라고 봤다.

HJ중공업 관계자는 “과거에 같이 근무했던 동료이자 근로자가 시대적 아픔을 겪었던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인도적 차원에서 명예로운 복직과 퇴직의 길을 열어주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금속노조도 “다시는 이러한 해고와 장기투쟁이라는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신뢰와 화합의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열어야 할 시점임을 공감한다. 대승적 차원의 결정을 해준 회사 측에도 감사하다”고 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